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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암영어' 후폭풍…평가원장 전격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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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최저학력 미달' 속출
    학생·학부모 불만 빗발치자
    대통령실도 개선방안 압박
    오 원장 "입시혼란 죄송" 물러나

    평가원 수능 출제 전반 재점검
    평가원장 12명 중 9명 임기 못채워오승걸 원장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첫 낙마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사진)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을 지고 10일 사임했다.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9명이 중도 사퇴했지만, 출제 오류 등이 아닌 수능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는 이유로 사임한 건 오 원장이 처음이다.

    ◇수험생·학부모 불만 빗발

    평가원은 이날 오 원장이 “2026학년도 수능 출제와 관련해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평가원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2023년 8월 취임한 지 2년 4개월 만에 낙마하게 됐다.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로 바뀐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다. 상대평가 1등급 비율(4%)보다도 낮은 수치다. 영어 1등급 인원은 지난해 2만8587명에서 올해 1만5154명으로 대폭 줄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수능’을 넘어선 ‘용암영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불필요한 학습과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난이도 조절 실패 뿐만 아니라 출제 오류에 대한 이의제기도 전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채점 결과 발표 이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영어 1등급’을 받는다는 가정 하에 지원 전략을 짰는데, 등급이 내려간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정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난이도 조절 왜 어렵나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까지 진화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8일 “수능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무조정실 주도로 수능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책임 규명,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어려운 수능이 현재 수험생 뿐만 아니라 미래 수험생 및 학부모들에게까지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오 원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가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모의평가 당시 영어 1등급 비율은 19.0%에 달했고, 9월 모의평가에선 1등급 비율이 약 4.5%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수능 때는 모의평가를 보지 않았던 N수생까지 가세하면 난이도 조절은 더 어려워진다.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수험생 집단의 학력 수준이 매년 달라지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유리한 문제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변별력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출제진의 딜레마다.

    오 원장을 포함해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9명이 임기를 마지지 못하고 물러났다. 2021년 12월 강태중 전 원장은 생명과학Ⅱ 20번 오류로, 이규민 전 원장은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2023년 6월 수능 모의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란으로 사퇴했다.

    평가원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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