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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수준 낮은 공공건축"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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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레이트_박수정심희준
    포트레이트_박수정심희준
    “한국 건축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공건축의 수준이 민간보다 낮다는 것이죠."

    심희준·박수정 건축공방 소장은 한국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공공건축에 있다고 진단했다. 공공건축이 국가 건축의 지표를 보여주는 영역임에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늘 정형화된 틀 안에서 반복된 형태만 생산되고 있다. 심 소장은 “공공건축의 수준이 높아지면 민간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공공건축은 ‘공공건축스럽다’는 틀에 갇혀 있고 민간의 수준이 더 높다”고 말했다.

    두 건축가는 건축공방(ArchiWorkshop)을 공동 설립해 일상과 도시의 경계를 새롭게 제안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건축가이다. 독일, 스위스, 파리,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활동하며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들의 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적 맥락을 재해석한 설계로 주목받아 왔다. 건축공방은 문화, 공공, 주거,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독일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다수의 국제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은 공공건축이 한 나라의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 소장은 “프리츠커상은 집을 잘 지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건축이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공간에 주는 상”이라며 “프랑스에서는 노후 아파트를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로 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존 건물을 허무는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개입이 공공건축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에 대해서는 좋은 집의 시작이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값비싼 자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집에서 살 사람의 생활 방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심 소장은 “집을 설계할 때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다”며 “좋은 재료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현대여성아동병원 ©Kin Creatives
    현대여성아동병원 ©Kin Creatives
    이들은 설계 의뢰를 받으면 긴 인터뷰 부터 시작한다. 가족 구성, 수납 습관, 조명 선호, 사용하는 가전까지 세밀하게 조사한다. 박 소장은 “건축주가 일상에서 공간을 3차원적으로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비슷한 삶을 설명한다”며 “하지만 건축가는 더 나은 구조를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운동 주택과 까치울 주택은 이런 과정에서 각각 오밀조밀한 개인 공간, 삼대가 조화롭게 사는 평면으로 완성됐다.

    좋은 집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심 소장은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 만큼 잘 어울리는 동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원을 중시하는 사람, 공원과 문화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 등 각자의 성향에 맞는 동네가 따로 있다는 의미다.
    인천 검단 박물관·도서관 복합문화시설 ©Kin Creatives
    인천 검단 박물관·도서관 복합문화시설 ©Kin Creatives
    두 사람은 한국 아파트가 주거 공간을 넘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구조로 변했다고 본다. 심 소장은 “아파트가 수익성 모델이 되면서 경제적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며 “이 정도 평수에, 이 정도 동네에 살면 어느 정도 부를 가진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의 문제는 성벽처럼 도시와 단절되고, 담장과 게이트가 접근성을 막아 도시적 관계를 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동시에 아파트가 시간의 변화를 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단지 안 상가는 비슷한 상점으로만 채워지고, 동네의 역사와 맥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성수동처럼 과거와 현재가 섞여 변화를 보여주는 동네와 대비된다. 심 소장은 “아파트가 도시적 관계를 고민하지 않으면 슬럼화 시점을 늦출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래마을 강남원효성 트라나서래 ©Kin Creatives
    서래마을 강남원효성 트라나서래 ©Kin Creatives
    박 소장은 아파트 외 주거 유형의 열악한 환경도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아파트 중심의 도시 구조 속에서 비아파트 주거 유형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런 차이가 도시의 특징으로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빨리 부수고 아파트를 짓자’는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고, 다양한 대안을 고민할 여지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글램트리리조트 ©신경섭 작가
    글램트리리조트 ©신경섭 작가
    두 사람은 필요한 곳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는 있지만, 균형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낙후된 지역을 어떻게 다시 쓰게 할지 고민해야 하고, 수치 중심의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용적률만 부풀려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은 아파트 슬럼화를 늦출 뿐"이라며 "도시적 관계를 새로 고민하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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