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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선택, 표트르냐 위트코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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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Gerard Baker WSJ 칼럼니스트
    푸틴의 선택, 표트르냐 위트코프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해 크렘린의 농담이 하나 있다. 푸틴에겐 오직 세 명의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가 있는데 이반 뇌제와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여제다. 지난주 한 기사를 보고 ‘현대판 차르’가 역사적 인물에 빗댄 야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지속가능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목 아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메시지를 요약하면 “전쟁하지 말고 돈을 벌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제안에 어떻게 반응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러 '이익을 통한 평화' 주장

    푸틴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트럼프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미국이 러시아의 불법 점령을 사실상 승인하기만 한다면 미·러 간 경제 협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다양한 사업 목록을 작성했다. 미국 투자자를 위한 러시아 북극권의 희토류 채굴·에너지 프로젝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러시아 우주산업 간 협력, 유럽중앙은행(ECB)이 동결한 3000억달러 상당의 러시아 자산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투자에 공동 활용하는 방안 등이다. 드미트리예프가 윗코프에게 그려 보인 러시아는 ‘기회의 땅’인 것이다. 윗코프는 이 같은 ‘평화 배당금’이 우크라이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물론 필자가 윗코프의 순진함과 탐욕이 뒤섞인 태도를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분명 양국 간 경제 관계가 깊어지면 그것 자체가 ‘평화의 담보’가 된다고 믿는다. ‘이익을 통한 평화’라는 개념은 매혹적이다. 아마 그는 노먼 에인절의 유명한 저서 <위대한 환상>을 읽었을지 모른다. 에인절은 산업화된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전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년 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사라예보 거리에서 암살됐고, 이후 4년 동안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경제적으로 통합된 국가들이 가장 참혹한 전쟁을 벌였다. 푸틴의 러시아와 번영하는 공존이 가능하다는 장대한 주장에 대해 우리가 의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러시아와의 거래 경계해야

    25년 동안 권력을 쥔 푸틴 대통령은 국경 확장을 위한 군사행동과 국경을 넘는 경제활동을 통한 사적·정치적 이익 추구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차례 입증해왔다. 오히려 후자가 전자의 유용한 촉매가 됐다. 러시아는 서방의 탐욕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능숙하다. 냉전 시기의 소련은 미국보다 ‘자본주의 게임’을 더 잘했다. 주요 인물에게 막대한 돈을 주고 미국 체제를 훼손할 기밀을 넘겨받았다. 소련 붕괴 이후 현재 푸틴을 둘러싼 올리가르히들이 ‘선의의 서구 학자, 기업인’을 환대하며, 지금의 ‘도둑 정치’(클렙토크라시) 기반을 닦았다.

    결국 도둑 정권은 도둑 정권의 방식대로 행동할 뿐이다. 미국 ‘평화를 위해 돈을 벌겠다’며 러시아와 거래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 실책일 뿐만이 아니다. 서방의 자유와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려는 러시아에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범죄에 가까운 것이다.

    원제 ‘Putin’s Choice: Peter the Great or Steve Witk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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