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부드러운 현, 달콤한 금관…메켈레가 재해석한 말러 5번 교향곡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공연

    메켈레,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호흡
    절제된 비감 살리며 춤추듯 지휘

    '말러 교향곡 5번' 연주 땐
    악장마다 현·관악 환상조화 조율
    < 메켈레와 RCO >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의 내한 공연에서 메켈레가 악단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있다.  /구본숙 사진작가
    < 메켈레와 RCO >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의 내한 공연에서 메켈레가 악단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있다. /구본숙 사진작가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 위에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 현악 주자들이 촘촘히 둥글게 자리 잡았다. 호른과 목관, 금관 주자들이 그 뒤에 자리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연미복을 입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등장했다.

    2017년 통영에서 16세의 로자코비치를 봤었다.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이번처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8년 전과 비교하면 로자코비치는 부쩍 성숙한 신사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부드럽고 아련한 전주에 이어 로자코비치의 활이 긋는 바이올린은 한결 가깝게 들렸다. 템포를 여유 있게 가져가면서 총주(악단 연주 부분)에서 격정적인 악구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한 음 한 음 몸짓과 함께 풀어내는 연주가 안정적이었다.

    메켈레는 곡의 비감을 애써 과장하지 않으며 웅크린 채 춤추듯 지휘했다.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더욱 적극적으로 무대를 뒤덮으며 로자코비치의 영역을 넘어왔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큰 규모임에도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깔끔하고 투명했다. 2악장에서 바이올린의 독백을 뒷받침하는 현과 관이 든든했다. 조응하는 반주가 노을처럼 물들어갔다. 넉넉한 활 쓰기는 명료한 음을 만들어냈다.

    나긋나긋 결을 잘 유지하는 로자코비치의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현악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들려줬다. 바이올린의 느린 독백은 파스텔 톤으로 번져가며 듣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3악장에선 관현악 위에 마음껏 펼치는 바이올린의 고음이 상쾌했다.

    휴식 시간 뒤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기 위해 등장한 메켈레는 큰 체구 때문인지 아직 서른이 안 된 청년으로 보이지 않았다. 트럼펫 한 대의 팡파르가 점점 커졌다. 총주도 끝이 둥글게 다가왔다. 현은 관이 이어주고 관은 현이 잡아주는, 음반에서 듣던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 특유의 사운드가 낯익었다. 고급스러운 장송행진곡이었다. 슬픔보다 우아함이 전면에 부각됐다. 금관은 달콤했다. ‘벨벳의 현, 황금의 관’이라는 묘사가 어울렸다.

    메켈레의 몸짓은 거친 부분을 거칠게 주문하는 듯했지만 따스한 트럼펫과 명쾌한 총주가 도드라졌다. 관과 현의 움직임이 다 보이는 듯한 투명함은, 몸속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보이는 양서류를 연상시켰다. 2악장 도입부에선 격렬해지며 온도 차가 나기 시작했다. 거칠게 던지듯 포효하는 현악기의 윤기가 관악기들과 당당하게 맞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첼로는 슬픈 선율을 긋고 목관 악기들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쳤다. 호른과 목관이 목 놓아 우는 듯한 순간에도 부서지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하는 경이로운 소리였다.

    3악장에선 호른 수석 케이티 울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호른의 따스함과 빡빡한 클라리넷, 부드러운 플루트가 조화를 이뤘다. 하프가 현에 녹아들면서 4악장 아다지에토가 시작됐다. 더블베이스의 짙은 색채 위로 감미로운 하프가 탐미적으로 울렸다. 스러져가는 음의 자취가 덧없으면서도 아름다웠다. 미처 달콤한 꿈에서 깨지도 않은 채 새들이 지저귀는 아침을 맞이하듯 5악장이 시작됐다. 메켈레의 지휘에서 눈에 띈 부분은 위엄을 벗어던진 홀가분함과 소박함이었다. 말러 교향곡 5번을 ‘소리의 환희와 빛의 교향악’으로 담아낸 건 지휘자의 의도였을지, 아니면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의 전통과 단원들의 역량이었을지는 확실치 않다. 지휘만 봤을 때 메켈레는 말러 교향곡의 맥락과 전통을 중시하는 애호가들에게 여러 의문부호를 남겼다. 그러나 그런 접근이 역설적으로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의 음색과 역량을 도드라지게 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1. 1

      집요한 페트렌코와 살아난 베를린 필…'독일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다

      한국 특유의 정서는 우리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국가엔 오직 그 나라 사람만이 제대로 불러낼 수 있는 정취가 있다. 아무리 기교적으로 뛰어난 오케스트라라도, 훌륭한 작품 해석력을 인정받은 명지휘자의...

    2. 2

      무당부터 승려까지…韓 전통춤 다 담았다

      한국의 춤에는 여백이 많다. 군데군데 빈 공간은 바쁜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여유를, 그리고 사색의 자유를 준다. 우리 무용에는 흥도 많다.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버릴 몸놀림과 음악이 가득하다. 이렇게나 다채로운 한국...

    3. 3

      [책마을] "인구 3000만 돼도 제조업 강국 가능할까요?"

      2024년 12월 23일. 한국은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출생 대책의 시급성 혹은 무용함, 축소사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