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로우볼의 재발견: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지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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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삼성증권 채널솔루션전략팀 수석
다소 생소하지만 오히려 장기 성과에서 꾸준히 검증된 ‘저변동성(Low Volatility, 이하 로우볼)’ 팩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통적 금융이론(CAPM)은 위험이 커야 보상이 크다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 데이터는 때때로 이를 거스릅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증시에서 확인된 바,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이 오히려 시장 대비 높은 위험조정수익률(Sharpe ratio)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를 ‘로우볼 패러독스’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왜 로우볼 효과가 나타날까요? 첫 번째로 투자자 행동 편향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복권형 종목(lottery-like stocks)’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변동성 종목은 내재가치 대비 장기성과가 낮아질 수 있지만, 저변동성 종목은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사용이 제약되기 때문에, 이를 벌충하기 위해 높은 베타의 종목을 과매수하고, 이에 따라 저변동 종목이 소외되어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저변동성 종목은 안정적 이익과 배당, 낮은 부채비율을 가진 경우가 많아 장기 복리 효과가 누적됩니다.
저변동성 전략이 장기투자에서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는 많습니다.
먼저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100억을 투자한다고 가정합니다. 내일 시장이 50% 상승, 모레 시장이 50% 하락하면 이틀 뒤 잔액은 75억입니다. 반면 동일한 시장에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춰, 내일 수익률이 25% 상승, 모레 25% 하락한다면 이틀 뒤 우리의 잔액은 약 94억으로 시장을 19%p 아웃퍼폼합니다.
높은 변동성을 가진 자산일수록 낮은 수익률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이론은 실제 데이터로도 검증되었습니다. 2006년 블랙락(BlackRock)의 Andrew Ang은 Journal of Finance에 개재한 “변동성과 기대수익률의 단면(The Corss-Section of Volatility and Expected Returns)”이라는 논문에서, 1963-2000년사이 NYSE, NYSE American, NASDAQ 등의 상장 주식들에 대해 (시장 변동성을 제외한) 고유 위험도(idiosyncratic volatility)를 기준으로 20%씩 다섯 개 집단으로 나누었을 때, 위험도 하위 20% 집단은 세 번째로 높은 평균 수익률을 가지는 반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상위 20% 집단은 마이너스 평균 수익률을 가진다는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로우볼 전략은 단순합니다. 과거 일정 기간의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선별해 지수화하는 방식입니다. MSCI, S&P 등 글로벌 지수사업자가 각각의 로우볼 지수를 산출하고 있으며, 이를 추종하는 ETF도 활발히 운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KOSPI200 저변동성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가 다수 상장돼 있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습니다.
다만 로우볼 전략은 시장의 국면에 따라 상대적인 성과가 부진할 수 있습니다. 낮은 드로우다운과 높은 샤프비율을 가진 로우볼 전략은 특히 약세장에서 방어력이 탁월합니다만, 상승장이 길게 이어질 때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또한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우볼 전략을 단독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모멘텀 등 다른 팩터 전략과 병행한다면 약세장 방어와 강세장 추종의 조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로우볼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복리의 힘입니다. ETF를 활용해 저변동성 자산을 손쉽게 편입한다면, 개인투자자도 기관 수준의 안정적 성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장 상황 하에서, 한 번쯤 로우볼의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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