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클래식 이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우승자 아닌 예술가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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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전 뮌헨 국립음대 학장 인터뷰
유럽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베를린 국립음대 초빙교수 등 거쳐
'아시아인 최초' 뮌헨 음대 학장까지
韓 주입식, 줄 세우기 교육 지적
"음악은 스포츠 아냐…각자의 개성 키워줘야"
3년 전 국내서 '미마 아카데미' 설립
"50년간 해외 경험, 아이들에 도움 됐으면"
유럽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베를린 국립음대 초빙교수 등 거쳐
'아시아인 최초' 뮌헨 음대 학장까지
韓 주입식, 줄 세우기 교육 지적
"음악은 스포츠 아냐…각자의 개성 키워줘야"
3년 전 국내서 '미마 아카데미' 설립
"50년간 해외 경험, 아이들에 도움 됐으면"
그 자리를 꿰찬 인물이 ‘클래식 음악의 종주국’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건너온 음악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의 명문 베를린 국립음대의 초빙교수를 거쳐 뮌헨 국립음대 전임교수, 학장 자리까지 오른 최초의 아시아인 바이올리니스트 이미경(66)의 얘기다. 지난 1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그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그가 1975년 열여섯 살의 나이로 스위스 유학길에 오른 지 딱 50년만. 이미경은 “뮌헨 국립음대에서의 정년 연장, 해외 음대 교수 제안 등을 모두 거절하고 한국행을 택한 건 내 나라에서 한 번은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이 뮌헨 음대 시험을 볼 때면 테크닉이 완벽하고 음정 하나 틀리지 않아도 뽑을 수 없는 경우들이 생겨요. 기본기가 흔들리는 건 고쳐줄 수 있지만, 스스로 내고 싶은 소리나 음악이 없는 건 가르칠 수 없거든요. 단순히 좋은 점수나 순위를 얻는 것만을 목표로 연습한 폐해죠.”
유럽 클래식 음악 교육의 최전선에서 30년 넘게 몸담은 이미경은 “이제 한국 클래식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 줄 세우기 교육이 콩쿠르에서 우승자를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학생들을 예술가로 성장시키는 데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한국 음악가들은 명문대 진학률도 높고, 콩쿠르에서 성적도 뛰어나지만 정작 세계 최정상 반열에 오르는 거장의 수는 극히 적은 편이다.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건 올해지만, 그는 3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미마 아카데미(MIMA Academy·Mi-kyung Lee International Music Academy)를 설립하면서다. 지금껏 제대로 된 외부 활동 한번 해본 적 없지만, 미국 예일대, 독일 뮌헨 국립음대 등에서 모이는 화려한 교수진에 매년 접수가 조기 마감돼 10여명의 대기자가 발생하기 일쑤다. 그는 “대단한 목표가 있다기보단,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아이들이 음악으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아카데미의 특별한 점은 새벽 1시까지 선생님들의 방문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궁금한 점이나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지 선생님을 찾아 질문하고 함께 문제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 레슨은 전부 공개로 진행된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미경이 가장 강조하는 건 ‘좋은 소리’다. 그는 “음악에서의 소리는 음식에서의 ‘맛’과 같다”며 “음식의 모양이나 색깔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단 1초 충격적인 맛이 느껴지면 평생을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 남부러울 것 없는 경력을 쌓으며 정상급 반열에 오른 음악가지만 그는 “아직도 바이올린을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전 매일 연주자로서 더 나아지는 걸 원합니다. 제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소리가 악기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는 날을 꿈꾸죠. 음악을 향한 열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제자들에겐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줬던 동료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서로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무대에서 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요. 그거면 충분합니다(웃음).”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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