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자유…노은님이 그린 ‘생명의 즉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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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님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
1980~1990년대 회화 20여점 선봬
간결한 선, 강렬한 색채의 회화
백남준이 "그림 잘 그린다"며 추천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11월23일까지
1980~1990년대 회화 20여점 선봬
간결한 선, 강렬한 색채의 회화
백남준이 "그림 잘 그린다"며 추천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11월23일까지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노은님(1946~2022) 3주기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는 이런 미술의 원초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간결한 점과 선, 강렬한 색채로 무한한 자연과 생명의 흔적을 화폭에 담아낸 회화가 걸려 있어서다.
노은님의 예술엔 수사와 부연이 배제돼 있다. 무엇을 그리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한 그림이 아니라 그저 보고 느낀 걸 꾸밈없이 펼쳐냈기 때문이다. 생전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 병사처럼 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풀밭에서 뛰노는 어린아이 같아야 한다’고 적었던 노은님의 한 마디가 그의 이런 작업세계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전시에선 ‘화가 노은님’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노은님은 그간 국내 화단에서 ‘파독 간호사’ 출신의 화가로만 기억돼 왔다. 노은님이 20대였던 1970년 독일로 이주해 간호보조원으로 3년간 일하며 향수를 달래기 위해 그림을 독학한 것은 맞지만, 예술가로서 노은님이 완성된 건 1980~1990년대다. 한국인 최초로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의 정교수로 임명되고, 함부르크의 유서 깊은 건축물인 알토나 성 요하네스 교회에 480장으로 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영구 설치하는(1997년) 등 예술가로서 절정의 시간을 맞이한 것도 이때의 시간이 바탕이다.
현대화랑 관계자는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를 연결하는 노은님의 화면에는 생명력이 넘친다”면서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나 물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새 등은 예술가로 타고난 화가 자신의 존재와 생명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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