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중국산 규제에 본격 수혜
中보다 생산 원가 20% 비싸지만
대량 생산·풀밸류체인 확보 강점
포스코퓨처엠, 핵심 공급처로
포스코퓨처엠이 미국 완성차 업체에 6700억원어치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용 천연 흑연 음극재를 공급한다. 2011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반발해 중국이 음극재 수출을 제한하자 해당 업체가 거래처를 중국 기업에서 포스코퓨처엠으로 갈아탄 것이다.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음극재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비(非)중국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반사이익을 거둔 셈이다.
◇계약 규모 1.5조원으로 확대될 수도
포스코퓨처엠은 2027년 10월부터 2031년 9월까지 4년간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6710억원 규모의 배터리용 천연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 작년 매출(3조6999억원)의 18.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객사와 협의해 계약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계약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확대된다.
포스코퓨처엠은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미·중 갈등 여파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음극재 공급망에서 포스코퓨처엠이 핵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높은 인건비와 전기료, 흑연 확보 어려움 등으로 생산 원가가 중국 기업보다 20% 이상 높다. 고객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등의 배터리 제조업체로 한정된 배경이다.
출하량도 중국 기업에 한참 뒤처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음극재 출하량 1~10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포스코퓨처엠의 점유율은 1.3%로 11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미쓰비시케미컬 등이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며 “음극재를 대량 생산하는 유일한 비중국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미·중 무역분쟁의 수혜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사 러브콜 늘어날 듯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포스코퓨처엠에 SOS를 보내는 배터리 회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027년부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음극재에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는 완성차·배터리 회사의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진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음극재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음극재와 음극재 생산 장비 등을 수출 허가 대상에 올렸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가 음극재 수출을 고의로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희토류에서 시작한 자원 무기화가 배터리로 확장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과 계약한 미국 완성차 업체도 중국의 수출 제재를 감안해 거래처를 돌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비중국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천연·인조흑연 음극재 분야에서 원료 조달부터 중간 소재 가공, 음극재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다. 천연흑연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원료를 확보해 국내에서 가공하고, 중간 소재 가공은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건립할 예정인 흑연공장에서 맡는다. 인조흑연은 철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코크스를 활용해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