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경제력에서 나온다"
다이먼 "미국 핵심 제조·제품 등
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희토류·방산·에너지·양자컴 등
4대 투자 대상에 자금공급 계획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가 희토류, 양자컴퓨팅 등 미국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산업 지원에 10년간 총 1조5000억달러(약 2150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 핵심 광물, AI 등에 투자
JP모간은 13일(현지시간) ‘핵심 산업 강화를 위한 1조5000억달러 규모 안보·회복력 구상’을 발표했다. 핵심 광물부터 첨단 기술까지 미국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 내 기업을 선별한 뒤 성장 지원, 혁신 촉진, 전략적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와 벤처캐피털 투자를 하기로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사진)은 “미국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제품, 제조 분야에서 신뢰할 수 없는 공급원(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현실은 고통스럽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보는 미국 경제의 강건함과 회복력에 달려 있다”고 투자 취지를 설명했다.
다이먼 회장은 투자 발표 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세계 안보를 확보하려면 미국이 매우 강해야 한다”며 “미국이 강하지 않으면 세계 안보도 없다”고 했다.
JP모간은 4대 투자 분야로 △핵심 광물과 로봇공학 등을 포함한 공급망·첨단 제조 △방위 기술, 자율주행 시스템, 드론, 보안 통신 등을 포함한 국방·항공우주 △배터리 저장, 전력망 복원력 등을 포함한 에너지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보안, 양자컴퓨팅을 비롯한 첨단·전략 기술을 제시했다.
4대 분야는 다시 27개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조선, 원자력, 나노소재, 핵심 방산 부품 등이 들어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간의 투자를 “대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 “국가 안보는 경제력에서 비롯돼”
JP모간의 이번 발표는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다이먼 회장도 몇 년간 미국 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5월 주주서한에서 “미국은 핵심 군수품을 잠재적 적대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2023년 주주서한에선 “핵심 물자와 제품 공급망은 반드시 미국 안에 있거나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파트너에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이건 자선이 아니라 100% 상업적 사업”이라며 “리서치, 은행가, 투자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에 민간 기업이 수익을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JP모간이 세운 목표는 핵심 인프라와 기술을 미국에 두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간이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 기업에 컴퓨터칩, 전기차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 생산업체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JP모간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고 평가한 기업 투자에 관여해 왔다고 보도했다. JP모간은 7월 골드만삭스와 함께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에 10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현 전쟁부)는 MP머티리얼스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MP머티리얼스에 들어가는 자금은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기업에 희토류 자석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 공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희토류는 최근 미·중 갈등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광물이다.
JP모간은 당초 1조달러 규모 자금 조달 및 금융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추가로 5000억달러를 더해 지원 규모를 50% 늘린 것이다. 자금 공급은 직접 대출과 투자를 비롯해 주식·채권 발행 주선, 다른 금융기관 연계 자금 조달, 자산 운용과 자산 관리 부문을 통한 간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JP모간은 투자 대상 기업이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