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유출 우려에 강달러까지…환율, 1410원 위로 '급등' [한경 외환시장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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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0원60전(오전 10시 기준)을 기록했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1400원60전)에 비해 10원 넘게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오전 9시 27분께에는 1412원1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10원을 넘은 것은 지난 5월15일(1412원10전) 이후 약 4개월만에 처음이다.
미 경제지표 호조에 달러화 강세 전환
고용에 대해서도 약화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8000건으로 시장 전망치(23만5000건)를 하회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고용은 저속 기어 상태에 있지만, 경제 성장은 탄탄하며 9월에 고용시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호조를 나타내면 Fed가 금리를 급하게 내릴 필요가 없어진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가능성이 적어진 것이다. 이런 지표를 반영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화지수는 98선을 돌파해 전일보다 0.70% 오른 98.485를 기록했다.
3500억달러 유출 불안
글로벌 달러 강세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차질에 따른 한국만의 불안요인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간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500억 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투자금액을 3500억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동향도 환율의 변수다. 최근 국내 증시에 대거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순매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증시에서 빠르게 빠져나갈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에서 적극적인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단행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멀어지는 10월 금리인하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과 장정수 금융안정국장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에 유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지만 현재 흐름은 수준과 함께 변동성도 커지는 모습이어서다. 집값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환율까지 출렁이면서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불안요인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한은이 주의깊게 볼 것으로 전망된다.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되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564%(오전 10시20분 기준)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마감 금리인 연 2.528%에 비해 0.038%포인트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2년물 금리도 올라 연 2.5%를 넘어섰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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