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기타의 거장' 빌 프리셀 “AI가 음악의 숨결을 흉내 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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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19일 무대에 올라
재즈, 포크, 록, 클래식.. 장르를 넘나드는 거장
100% 즉흥연주…"그날 기분과 우연에 따른 순간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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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뉴스] 재즈로 물드는 낭만섬…자라섬재즈페스티벌 10월 17~19일
“기계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를 소화하는 연주자의 영혼까지 복제할 순 없어요.” 빌 프리셀은 최근 아르떼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AI는 순간을 흉내 낼 수 있어도 진짜 교감은 못 따라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리셀은 음악을 생성해내는 AI 기술의 발전은 놀랍지만, 그가 지켜온 음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사람 사이의 교감에는 온도, 긴장감, 냄새 같은 수많은 요소가 있어요. AI는 그것을 느낄 수 없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생겨나는 미묘한 감정과 흐름,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서울 도심이 아니라, 섬에서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세트리스트 없이 그날의 흐름대로 연주합니다. 자라섬이라는 무대가 우리의 음악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빌 프리셀에게 기타는 단순한 연주 도구가 아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 채널 NPR이 그를 ‘기타로 이야기하는 시인’이라 부른 이유도 그래서다. 기타로 말하고, 숨 쉬고, 감정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성이 드러난다고 확신한다.
재즈, 포크, 록, 클래식까지. 빌 프리셀의 음악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확장해왔다. 장르를 구분하는 건 그에게 무의미하다. “사람들은 흔히 ‘이건 재즈다’ ‘이건 록이다’라고 나누려 하지만,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한 덩어리에요. 마치 숲처럼, 모든 것이 함께 존재하는 거죠.”
이 같은 철학은 오케스트라와 협업한 경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의 트리오와 편곡자 마이클 깁스,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무대는 “하나의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연주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악보가 있는 클래식과 즉흥적인 재즈가 한 무대에 올라갔지만, 어떤 제약도 없었어요. 우리는 그 세계 안에서 마음껏 놀 수 있었죠.”
“예전에는 음반 하나를 찾으려 몇 번이나 가게를 들르기도 했어요.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젊은 연주자들은 그 너머를 봅니다. 음악의 진정한 힘을 알고 있어요.” 그는 또 “재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라섬에서 보여줄 이들의 무대는 100% 즉흥연주다. 무엇을 연주할지 미리 알지 못한 채 그 순간의 음악이 만들어진다.
“연주를 시작하면 토머스가 소리를 내고 제가 반응하고… 오늘은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따라갑니다. 즉흥의 섬 자라섬에서 만나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것. 그날의 온도, 타인의 숨결, 그리고 우연이 만든 공감의 순간이 자라섬에서 펼쳐진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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