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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도 사실이었잖아?"…음모론 펴는 민주당의 자신감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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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장-국무총리 회동' 의혹, 정치권 강타
    野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 멈추라"지만…
    "내란도 사실이었잖아"…민주당 '자신감'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은밀히 회동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당사자들까지 직접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양새다.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12·3 비상계엄의 현실화와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증거없는 의혹 제기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 후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는 내용의 '익명의 제보'를 소개했다. 해당 의혹은 지난 5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가 공개한 녹취를 틀면서 이미 한 차례 제기했던 것이다. 녹취 음성 속 인물은 오찬에서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펄쩍 뛰었다. 한 전 총리 측도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도,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야권은 "구체적 내용과 증빙 자료가 전혀 없는 허위 사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음모론을 떠들어대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꼴이 우스운 것을 넘어 기괴하다"(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 정치판의 촌극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게 서 의원의 입장이다. 본인이 옮긴 녹취록에 담긴 주장이 사실인지는 정확하진 않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당사자들의 반박과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좀처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억울하다면 특검에 당당히 출석해 조사받고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라"는 식이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비상계엄 때도, 서부지법 폭동 때도 무겁게만 닫혀있던 조 대법원장의 입이 오늘은 이렇게 가볍게 열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 반박 입장문을 낸 점을 문제화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대통령실 제공
    민주당이 의혹 제기에 이렇게 거침없을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황당무계한 음모론으로 취급받던 '계엄설'이 현실화한 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당시 김민석 의원(현 국무총리·이하 김 총리)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수도 없이 비판받은 바 있다. 당시 이재명 대표도 공개석상에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들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인사들에게까지도 허무맹랑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계엄을 적중한 김 총리는 크게 주목받았고, 강성 지지층으로부터는 사실상 '영웅'에 가까운 인물로 치켜세워졌다. 이후 김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2차 계엄 선포 가능성이 "100%"라는 등의 주장을 이어 나갔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윤 전 대통령 도주설', '경호처장 실탄 발포 명령설' 등으로 거들었다.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우방국'을 출처로 해 국회에서 '한동훈 사살설'까지 제기했다가, 미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흐름은 오늘날 조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계엄의 현실화'라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기이하게도 맞아떨어진 예언이 무차별 의혹 제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계엄까지 벌어진 마당에 무작정 음모론이라고만 하기도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령 중진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최근 라디오에 나와 "일부는 청담동 술자리 사건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국회의원은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김 총리가) 쿠데타, 내란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저도 '아니다, 조심하자' 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고 국민의힘의 '아킬레스건'을 파고들었다.
    22대 국회의원 배지.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의원 배지. /사진=연합뉴스
    여야를 막론하고 음모론을 횡행하게 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지목된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진다. 이는 불체포특권과 함께 입법부의 독립·자주적 기능을 보호하고, 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장치다. 이는 제헌헌법에서부터 인정된 권리로, 1962년 제5차 개헌 때 '직무상' 요건이 추가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 무력화할 수 있지만, 면책특권 제한 사유는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현 새만금개발청장·이하 김 청장)이 윤 전 대통령, 한 전 대표, 김앤장 변호사 30여명 등이 야심한 시각에 청담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차례 면책특권 논란에 불이 붙은 바 있다. 해당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매체 관계자는 검찰에 넘기면서도 같은 혐의로 고소·고발된 김 청장 사건은 면책특권을 적용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가짜뉴스 면허'를 국회의원에게 발급해준 꼴"이라고 반발하며 면책특권 폐지를 추진하자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면책특권은 최근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는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대정부질문 시간을 가짜뉴스 전파의 장으로 악용한 것", "이런 식으로 계속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할 경우에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면책특권에 관한 보고서에서 "국회의 본질적 책무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중상 모욕적 발언' 등에까지 면책특권을 내세우는 남용 문제가 줄곧 지적돼온 측면이 있다"면서도 "의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려는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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