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벤' 안경 쓰고 손가락 흔들었더니…'영화 속 기술' 최초 공개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메타,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글래스 최초공개
허공에 손가락 움직여 노래 틀고 문자 작성
음성 인식·안경 접촉으로 한정됐던 한계 깨
시연 중 AI·스마트글래스 작동 안해 애먹기도
미국서 799달러에 판매…한국 출시는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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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커넥트 행사 중 차세대 스마트글래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쓰고 이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옆에서 본 모습. AP연합뉴스

"마크. 준비 됐어요"
17일(현지시간) 행사장 대기실에서 대본을 읽고 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을 촬영하던 스마트글래스를 집어든다. 디스플레이에 떠 있는 일정을 확인하고 스포티파이를 통해 노래를 재생한 뒤, 그가 걸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생중계된다. 좌중 앞에 선 저커버그 CEO가 말한다. "안경은 개인 초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폼팩터(기기 디자인)입니다."

메타가 이날 연례 하드웨어 공개행사 '메타커넥트 2025'에서 차세대 스마트글래스를 공개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 이후 인공지능(AI) 기기의 미래로 스마트글래스를 점찍은 메타의 비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메타가 레이밴과 공동개발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상용 스마트글래스 중 최초로 렌즈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오른쪽 렌즈 안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하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가 "마마스앤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틀어줘"라고 말하자 스마트글래스의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왔고 디스플레이는 앨범 커버와 재생 바가 표시됐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허공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커버그 CEO가 오른쪽 손목에 찬 근전도 밴드는 동작을 인식해 스마트글래스에 전송한다. 메타 영상 캡처

저커버그 CEO가 허공에 대고 집게 손가락을 돌리자 노래 소리가 커졌다. 그가 손목에 찬 '뉴럴 밴드'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식한 결과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거나 프레임에 대한 물리적인 접촉을 감지해 작동하는 기존 스마트글래스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동작 인식을 접목한 것이다. 저커버그 CEO가 허공에 '영상통화 할래요?'라고 쓰자 이를 인식해 문자 메시지가 써졌다.

메타는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함께 스포츠용 스마트글래스인 '오클리 뱅가드'도 공개했다. 얼굴 전면을 가리는 '랩어라운드' 형식의 이 스마트글래스를 통해 카메라, 음악 재생, 통화, AI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마라톤을 두번 해도 배터리가 남아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행사가 끝난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저커버그 CEO는 오클리 뱅가드를 착용하고 밖에서 대기하던 런닝 크루와 함께 애프터파티 장소까지 뛰어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메타커넥트 행사에서 스포츠용 스마트글래스 '오클리 뱅가드'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연 중 메타AI와 스마트글래스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저커버그 CEO가 애를 먹기도 했다. 애프터파티 저녁을 준비하던 셰프 잭 쿠소가 스마트글래스에 "한국식 스테이크소스를 만들고 싶다. 뭘 제일 먼저 하면 좋을까"고 물어봤지만 3번 연속 음성 인식에 실패했다. 저커버그 CEO는 "수년 간 기술을 개발했지만 와이파이가 발목을 잡았다"라며 웃어넘겼지만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등과 비교해 미숙한 메타AI 기술의 실상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저커버그 CEO가 본인에게 걸려온 영상전화를 손가락 인식으로 받으려 했지만 이번에도 3번 연속 실패하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메타는 오는 30일부터 미국에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799달러에 판매하고 내년 초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로 판매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클리 뱅가드 가격은 499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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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