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수도' 노리는 대만…"한국은 추격자로 전락" [강경주의 테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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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X40>대만, 반도체 장비 매출 순위서 한국 제치고 2위 등극
11일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2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이 87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가 증가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첫 2위에 올랐다. 한국은 전년 대비 31% 증가하며 59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만에 미치지 못했다. 대만 반도체 장비의 약진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상승이 작용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점유율은 사상 처음 70%를 넘기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주요 요인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공급망에서는 대만 장비 제조업체 Fiti, 칼리, 피네스 등이 활동 중이다. ASML 가치사슬에서는 구딩 프리시전, MIC 등이 합류했다. 이 외에도 C Sun, GPM, 크로마, 사이언테크 등과 같은 대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이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국제 협력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많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태계에도 대만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다.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 난야테크놀로지는 맞춤형 HBM 개발을 선언했다. 글로벌 모바일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위 기업인 대만 미디어텍도 HBM4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의 설계자산(IP)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AI 공급망 장악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1973년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 설립부터 시작된 50년간의 치밀한 준비가 결실을 맺은 결과다. TSMC, UMC, 윈본드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이곳에서 스핀오프됐다. 1980년대 신주과학단지 조성과 함께 대만 정부는 중소기업처를 신설하고 세제 및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대만 기업들은 전 세계 AI 서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ASUS, MSI, 기가바이트가 AI 반도체 보드 시장을 독점하고 폭스콘, 콘타, 위스트론이 AI 서버 제조를 담당한다. 에이스피드는 AI 서버 핵심 부품인 기판관리컨트롤러(BMC)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한국은 HBM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AI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콰타, 위스트론, 위인 등 엔비디아 AI 서버 생태계에 속한 대만 기업들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이들은 작년 두 자리 수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만 경제 전체가 AI 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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