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실…인간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리턴 투 어스'
3년만에 韓 찾은 '실의 화가'
천장에서 내려온 무수한 실들
바닥의 흙더미와 만나는 대작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나타내
씨실과 날실 반복하며 교차
인간의 삶·역사의 축소판 같아
3년만에 韓 찾은 '실의 화가'
천장에서 내려온 무수한 실들
바닥의 흙더미와 만나는 대작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나타내
씨실과 날실 반복하며 교차
인간의 삶·역사의 축소판 같아
◇실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고통과 치유의 기억을 담아내는 예술 방식으로 실을 택한 건 필연적이다. 사람이 애착을 두고 사용하던 물건에 사람의 기억이 담긴다는 생각에서 시오타는 사물에 주목했고, 불현듯 실을 집어 들게 됐다. 실제로 시오타 하면 떠오르는 건 붉은 실을 칭칭 감아 만든 작업들이다. 붉은 실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양 문화권에서 남녀의 사랑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연을 상징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Nokon kjem til aa komme(누군가가 올 것이다)’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놓인 구조물에 유독 선명하게 빨간 실이 연결돼 있다.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동명 작품에서 이름을 따왔다. 포세를 20년 넘게 연구해온 시오타의 막역한 친구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고통과 치유의 기억을 예술로 승화
‘Cell’(2025) 연작은 2017년 암이 재발한 뒤 항암 치료를 받으며 죽음과 마주한 시오타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셀(Cell)은 생명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다. 그리고 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자신을 파괴하는 암으로 변한다. 이 짧은 사실에서 시오타는 생명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사유했다고 한다. 작품은 마치 심장 등 인간의 장기를 연상시키는데, 작품에 사용한 유리와 철사는 단단해 보이지만 열 및 압력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유연한 재료라는 게 재밌다. 이를 통해 시오타는 고통 속에서도 재생과 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시오타는 이렇게 말했다. “유화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모방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림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에 ‘멈춰야겠다’ 싶었죠. 이 전시는 내가 왜 회화를 멈췄고, 실로 전환했는지를 재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그린 유화도 공개했습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