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꽂힌 슈퍼리치…상담 PB들은 '불안' [전범진의 슈퍼리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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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샤오미 주식 3584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통상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 투자 순위는 미국 주식이 '독점'하는 가운데 중국 주식으로는 이례적으로 38위에 올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샤오미 주가는 올들어 58.82% 급등했다.
중국 주식 관련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개월 사이 중국주식형 펀드에는 4703억원이 몰렸다. 지난달 31일 기준 중국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9조4541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대형주를 대표하는 CSI300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차이나CSI300 ETF'에는 올들어 538억원이 순유입됐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에도 증권가에선 중국 주식을 적극 추천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다. 급격하게 치솟는 주가와 달리 중국의 실물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기준점인 50을 다섯달째 밑돌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소비침체, 과잉 생산 등으로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5.0%)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에는 실물 경기의 핵심 3대 지표인 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산업생산 3개 지표가 각각 전월 대비 3.7%포인트, 1.6%,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 지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작게는 0.2%포인트에서 크게는 1.1%포인트까지 밑돌았다.
이같은 경기지표를 고려할 때 중국 증시의 급등은 철저히 유동성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근거한 '불안한 상승'이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유동성 랠리로 상해종합지수가 2015년 버블 붕괴 후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펀더멘털 둔화, 부족한 정부 부양 정책 모멘텀을 감안할 때 본토 증시의 가격 매력은 소멸됐다"며 "본토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정책 수혜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남아있는 일부 홍콩 증시 테크주에 대해서만 단기 매수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선에서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같은 권고가 중국 증시의 압도적 수익률 앞에 '소 귀에 경읽기'로 전락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당시 실물경기와 주가가 괴리된 상황에서 해외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자산가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수익 기회 상실 우려)' 앞에 투자를 만류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PB는 "미국 주식과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중국 증시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다만 경기지표 등 펀더멘탈이 부진하고, 사내 하우스뷰도 중국 증시에 부정적인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PB는 이어 "중국 시장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한 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실하고 성장성도 갖춘 빅테크나 정책적 지원이 확실한 일부 기업 및 관련 투자 상품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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