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일자리 위기에 내몰린 근로자를 위해 내놓은 ‘산업일자리 전환 지원금’ 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까다로운 절차와 홍보 부족 탓에 활용도가 저조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일자리 전환 지원금은 제도 도입 이후 집행률이 3년 연속 15%를 밑돌았다. 52억6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된 2022년 집행액은 5400만원으로 집행률이 1%를 겨우 넘겼다. 2023년에도 같은 금액이 배정됐지만, 집행률은 9%(4억78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엔 예산을 37억4200만원으로 줄였는데도 집행률이 14.9%(5억6000만원)에 머물렀다. 올 상반기 집행률도 30%대 초반에 머물러 국회예산정책처가 ‘불용액이 많은 대표적인 고용부 사업’으로 꼽았다.
2022년 신설된 산업일자리 전환 지원금은 탄소중립·디지털전환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사업주가 재직 근로자에게 전직 지원 서비스, 직무 심화·전환·재배치 서비스를 제공하면 1인당 최대 300만원의 훈련비와 훈련장려금을 주는 사업이다.
집행률이 낮은 것은 현장에서 이 지원금을 활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교육·훈련 과정을 마련한 후에야 비로소 지원하는 구조가 한계로 지적된다.
홍보 부족으로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제도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나프타분해설비(NCC) 협력사의 15%가 이미 폐업했고, 수천 명의 근로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제도 활용을 신청한 사업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산업구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도산 절차를 밟는 협력 업체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산업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상 요건과 절차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