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SKT…'돈 버는 AI' 본격 시동

통신 1위에서 AI 1위로

AI에이전트 자체 역량 개발
국내 첫 AI모델 유료화 도전
GPU성능 대여 사업도 시작

유영상의 '자강과 협력' 전략
내부 역량에 글로벌망 더해져

SK텔레콤이 ‘돈 버는 인공지능(AI)’을 올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확장, 서비스 수익 다각화, 글로벌 성장을 ‘삼각 축’으로 삼았다. 유영상 사장(사진)은 사내에 ‘자강과 협력’이란 키워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2021년 취임 직후부터 4년여간 준비한 ‘AI 하이웨이’(고속도로) 사업이 연내 결실을 볼지 주목하고 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 영입

유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로 AI 사업을 점찍었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AI 에이전트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데이터 학습 등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한 ‘에이닷엑스’를 2022년 출시했다. SK텔레콤 가입자의 휴대폰에 에이닷을 넣어 기능을 고도화했다. AI 전문 조직을 별도로 꾸린 것도 이 무렵이다. IBM,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에서 AI 서비스를 개발하던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했다. SK텔레콤이 최근 공개한 ‘에이닷엑스 3.1’은 이 같은 ‘프롬 스크래치’(처음부터 끝까지) 방식의 결과물이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에이닷 유료화에 들어간다. 챗GPT 등 빅테크의 생성형 AI에 시장을 완전히 잠식당하기 전 한국 통신사만의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요금 등과 연계해 구독형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통화 요약, 실시간 번역, 챗봇을 통한 생산성 도구 등 다른 AI 상품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 에이닷 글로벌 버전인 ‘애스터’를 내놓고 해외 시장도 공략한다. 기업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비즈’ 또한 구독 모델 상품으로 출시해 본격적으로 돈 버는 AI 사업 실현에 나선다.

◇AI 수익화 성공 여부에 ‘주목’

SK텔레콤이 경쟁사보다 이르게 AI 수익화 전략을 추진하는 건 오랫동안 준비한 글로벌 협력 덕분이다. SK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불리던 유 사장은 글로벌 AI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협력 파트너 네트워크를 일찌감치 구축했다. 2023년 앤스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투자 기업을 네 곳으로 늘려 람다에 2000만달러,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 펭귄솔루션스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당시 유 사장은 임직원에게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야만 SK텔레콤의 AI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며 “투자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SK텔레콤의 기업가치도 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SK텔레콤이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는 투자 시점 대비 세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다, 펭귄솔루션스와 공동으로 구축한 클라우드 기반 그래픽처리장치 서비스(GPUaaS)는 올 하반기 SK텔레콤의 돈 버는 AI 전략에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 1일부터 최신형 엔비디아 GPU를 장착한 서울 가산동 AI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GPU를 구매하지 않아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최신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유 사장은 2023년 11월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기반 GPUaaS, 에지 AI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AI 하이웨이 전략을 발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에서의 자강과 외부와의 협력 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최근 정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 팀 다섯 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