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서 다음 달 7~28일 공연
쇼룸으로 무대 꾸며 음악 감상에 시각 경험 더해
공연에 앞서 가구 해설도 곁이고 포토 존도 마련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엔 전시공간의 매력도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클래식 음악에서도 전시공간 같은 무대를 꾸며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상일 아시아퍼시픽피아니스트협회(PAPA) 협회장(왼쪽)과 이윤경 풀티 대표. / 사진제공. PAPA.
1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풀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상일 아시아퍼시픽피아니스트협회(PAPA) 협회장이 이같이 했다. PAPA는 다음 달 7~28일 다섯 차례에 걸쳐 대구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 큐레이션 콘서트인 ‘PAPAx수성아트피아’를 선보인다. 관객이 음악뿐 아니라 무대에 설치된 조명과 가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클래식 음악 공연 공간에 가구 전시란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PAPA는 중고 가구 매매 플랫폼 업체인 풀티와 손을 잡았다.
이 큐레이션 콘서트엔 PAPA에 소속된 국내외 피아니스트들이 참가한다. 다음 달 7일 피아니스트 박진형이 첫 공연을 연 뒤 14일 박려원, 보룬 진 등 영재 피아니스트들과 신노스케 이누가이, 김상영 등이 각각 연주한다. 21일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2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에 올랐던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피아노사중주를 쇼룸(가구 전시 공간)과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다. 28일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피아니스트인 유키네 쿠로키가 독주회를 연다.
한상일 아시아퍼시픽피아니스트협회(PAPA) 협회장(왼쪽)과 이윤경 풀티 대표. /사진촬영. 이주현 기자.
이들 공연에선 레퍼토리와 어울리는 조명과 가구가 무대에 마련된다. 한 협회장과 큐레이터가 매 공연에 앞서 프로그램과 가구를 소개하는 해설을 하기로 했다. 나폴리와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해안을 주제로 삼은 음악을 선보일 땐 남부 유럽 특유의 시원한 색감과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하는 식이다.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5번을 들려줄 땐 신비스러움이 느껴지는 조명을 살린다. 한 협회장은 “18·19세기 유럽에선 집 안의 살롱에서 열리는 콘서트가 많았다”며 “그때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어 이윤경 풀티 대표님께 공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PAPA와 풀티는 공연 1부와 2부에 각각 다른 가구를 배치해 레퍼토리에 최대한 맞는 조명과 가구들을 선보이기로 했다. 공연장 로비에도 쇼룸을 꾸며 관객들이 가구를 직접 만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이윤경 풀티 대표는 “200여가지 리빙 브랜드 제품이 (풀티에)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브랜드와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QR 코드로 관객들이 가구의 이력과 정보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여는 ‘PAPAx수성아트피아’ 공연의 포스터. / 자료출처. PAPA.
일본 피아니스트인 유키네 쿠로키가 여는 ‘PAPAx수성아트피아’ 공연의 포스터. / 자료출처. PAPA.
PAPA와 풀티는 이번 기획을 공연 브랜드로 만들어 후속 공연도 선보일 계획이다. 한 협회장은 “가구는 손때를 묻히면서 사람들과 같이 살아왔다는 점에서 사람들과 함께 해온 음악의 역사와 비슷하다”며 “공연 공간을 쇼룸으로 꾸미되 피아니스트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클래식 음악과 가구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가구가 단순히 앉는 제품이 아닌 그 이상의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