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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알바도 주휴수당 주라니"…벼랑 끝 자영업자 '분통'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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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단기 근로자 주휴수당 추진하는 정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가 정책 취지라지만
    주휴수당이 유발하는 임금체계 왜곡 외면

    되레 "최저임금 올리고 주휴 없애자" 勞 주장도
    대기업 노조는 "주휴시간 때문에 손해" 소송도
    경영계도 대기업 "주휴 폐지 반대" 의견 있기도

    세계적으로 드물어...일본도 90년대 폐지
    영세자영업자 돈으로 2차 노동시장 부양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대책 맞나" 지적도
    "주말 알바도 주휴수당 주라니"…벼랑 끝 자영업자 '분통'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정부가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 등)의 권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편의점, 카페, 배달, 청소 등 '불안정 일자리'에 몰려 있는 초단시간 근로자를 보호해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1차 노동 시장 과보호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개혁은 외면한 채 논란이 있는 주휴수당 확대 등을 고집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단시간 근로자에 퇴직금·주휴수당 지급 추진

    1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주휴수당은 주당 소정 근로일을 ‘개근’하면 하루 유급 휴일을 보장하는 제도다. 근로기준법은 1996년 개정 당시 단시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비례한 보호’ 원칙을 도입했다. 하지만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엔 주휴·연차·퇴직금을 배제하는 특례도 함께 도입했다. 하지만 하필 왜 '주15시간'이 기준점이 됐는지는 별다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런 점을 들어 “평등권 침해”라며 차별 시정을 요구해 왔다.

    근로 형태가 N잡, 플랫폼 일자리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초단시간 근로자는 매년 역대 최다 규모를 돌파 중이다. 특히 초단시간 근로자는 2015년 86만600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7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다다. 특히 근로기준법의 연차, 공휴일, 퇴직금, 주휴수당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영세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일자리 쪼개기' 현상이 확산하는 것도 급증의 이유다.

    정부는 먼저 연차·공휴일·퇴직금 관련 규정은 2027년부터, 주휴수당 규정은 2028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확대 조치가 실시될 경우 사업주에게 연간 1조3709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시급 1만30원 기준). 주휴수당 8907억 원, 공휴일·대체공휴일 2840억 원, 연차유급휴가 1962억 원이다. 주5일 근로하는 정규 근로자 기준으로 임금만 20%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7년 상반기까지 초단시간 노동자가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도록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로 규정된 초단기 근로자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공공 부문에서는 울산 동구의 선행사례를 참조해 최소 주 15시간 이상 계약을 의무화하는 등 초단시간 근로를 퇴출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민간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정부는 초단시간 근로자 보호 확대를 '불안정 일자리' 철폐와 청년·여성 등 취약근로자 안정화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틀 일해도 주휴수당 줘야"...임금체계 왜곡에 '폐지론' 고개

    하지만 ‘주휴수당’ 자체가 유발하는 임금 체계의 구조적 왜곡은 오래 전 부터 지적돼 왔다. 근로자가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을 추가로 임금화하는 기형적 구조는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한달 근로시간을 두고 175시간과 209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수치가 쓰이면서 혼란이 적지 않다. 단순히 주 40시간 근로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평균 소정근로시간은 174~175시간이다. 하지만 여기에 유급 주휴일 주 8시간을 더해 주 48시간을 기준으로 월 환산하면 209시간이 된다. 최저임금 공시가 시급과 월급 별로 다른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이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주휴수당의 비합리성이 임계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론적으로 1주에 주말 이틀만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근로자도 하루치 일당을 주휴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1주 근로시간이 15시간이 넘고(16시간) 소정 근로일수(2일)를 개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부도 "주휴수당은 원칙적으로 소정 근로시간(법정근로시간 내에서 당사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발생 여부를 판단한다"며 주말 이틀만 일해도 주휴수당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 경우 인건비가 무려 50% 오르는 셈인데 납득이 쉽지 않다.

    주휴수당이란 개념 자체가 해외에서 드물다는 지적도 나온다. ILO 협약(14호, 106호)에서도 주휴일(weekly rest)을 보장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주휴 '수당'을보장하라는 내용은 아니다. 주휴수당 개념을 만든 일본은 90년대에 주휴수당을 폐지했다. 살인적 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던 전후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시대가 변하며 자연스럽게 폐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주휴시간 탓에 손해" 대기업 노조 소송...노동계도 의견 갈려

    주휴수당 폐지는 단순한 노사 대립 구도로 보기도 어렵다. 노동계에서도 차라리 최저임금 '시급'을 올리고 주휴수당을 없애는 등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설계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한 대기업 노조는 통상임금의 '분모'가 되는 시수가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이 아니라 175시간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통상임금을 인상하고 각종 수당을 올려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2024나2018398). 정규직·월급제 중심의 1차 노동시장 근로자들은 입장이 다른 셈이다. 경영계도 폐지를 주장하는 소상공인과 대기업 사이에 입장이 다소 다르다.

    주휴수당 확대가 정책 목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이다. 한계 기업의 추가 부담으로 2차 노동시장 근로자를 부양하고 1차 노동시장 과보호 해소 방안은 전무한 노동정책이 과연 '이중구조' 개선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결국 근본적 대책 없는 선심성 제도 개선은 영세소상공인과 취약 근로자 간 '을과 을' 갈등을 부르고, 자칫 고용 축소와 물가 인상을 부른 '최저임금 중심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곽용희 기자
    고용노동, 환경, ESG 담당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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