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칭찬받을 일 아냐"…트럼프 1기 통상전문가 '일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서 번돈으로 재투자 불과"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을 지낸 스티븐 본 변호사는 최근 워싱턴 지역 한국 특파원들과 공동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USTR에서 근무했다. 앞서 워싱턴DC의 대형로펌 스캐든압스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함께 일한 경험 덕분이다. 이후 그는 다른 로펌 킹앤스폴딩으로 옮겨 제이미슨 그리어 현 USTR 대표와 4년간 근무했다. 현재도 킹앤스폴딩에서 미국 내 주요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통상 분야 관련 법률자문 등을 하는 중이다.
본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비교적 솔직하게 트럼프 정부의 행동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이 이미 자유무역을 시도해 봤으나 그 결과 미국에 남은 산업이 거의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 기업 등의 약진을 제외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이 지난해 대미 상품교역에서 얼마나 흑자를 냈는지 휴대폰에서 검색하면서 열띤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미국산을 많이 수입하지 않는 것은 무역장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본 변호사는 "무역 흑자를 냈기 때문에 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가 가지는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본 변호사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와 우루과이 협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협정 체결로 약 30년 가량의 자유무역 시대가 열렸지만, 이 결과로 미국이 지속적 경상적자에 시달리게 될 것을 알았다면 이런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평가했다. 또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계속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도 우리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율을 낮추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치는 어떤 수준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현실적인 기대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라면 영국과 맺은 협상을 아주 면밀히 살펴볼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게 어떤 국가든 얻을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모두가 이해해야 할 점은, 철강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비롯한 일부 232조 관세는 미국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조치들을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더 많은 접근을 허용하는 데 매우 신중할 것입니다. 영국은 그 시장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아니지만,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으며 제조업을 갖고 있는) 한국, 일본, EU 등에는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32조와 관련해서는 만약 미국이 한국에 무엇인가를 내주면 일본과 EU에도 똑같은 것을 내줘야 할 압력을 받게 됩니다. 즉, 한국에 시장 접근을 허용하면 일본과 EU에도 주어야 하는데, 그럼 232조 프로그램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매우,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Q: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인 EU, 일본, 그리고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조선업 등 제조업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통해, 현재 최대 25%인 관세 인하를 모색하려 하고 있는데, 이런 전술적 제안이 관세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보십니까? 두 번째로 어제도 보도된 바와 같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최대 50%,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의 기존 관세 인하 또는 철폐 전망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이는 일본과 한국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A: 저도 잘 압니다. 저는 미국 철강회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 Cliffs)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제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회장이 관세에 대해 그와 회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이 업계를 오랫동안 지켜보셨다면 미국철강(US Steel)이 매각되어야 했던 사정을 아실 겁니다.
즉, 매각하지 않으면 회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것이죠. 그만큼 미국 철강 산업은 매우 취약합니다. 더 이상 크라이슬러도 없습니다. 크라이슬러는 유럽계 회사로 넘어갔고, 지금은 스텔란티스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자동차 일자리 상당수도 멕시코로 넘어갔습니다. 즉, 미국의 자동차 산업도 매우 취약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철강이나 자동차 산업의 일부분을 계속 내주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번에 표로 밝힌 부분입니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시간 같은 곳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만약, 누군가 철강 및 자동차 관세를 피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 그건 실망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관세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최종 발표가 난 것은 없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미국 정부는 건강한 철강·자동차 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매우 큽니다. 2028년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이 누구든 건강한 미국 철강·자동차 산업을 공약으로 내걸 거라고 봅니다. 미국은 이 두 산업을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Q: 한국 측의 제조업 협력 제안이 25% 관세 인하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A: 매년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아주 큰 흑자를 기록합니다. FTA 협상 이전에는 흑자 규모가 적었지만, 협상 이후엔 훨씬 커졌지요. 즉, 지금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한국 기업과 국민이 매우 현명하기 때문에, 연간 400억달러든 그 이상이든 이익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미국에 재투자하게 마련이고, 기업을 인수하거나 토지를 매입하고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식으로 미국 내에서 돈을 굴릴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측에 "미국에 더 투자하고 싶다"고 제안해도 사실상 양보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큰 무역흑자가 있는 한, 어차피 미국 내 투자는 계속 늘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Q: 한국 측에 조언해주실 점이 있을까요?
A: 저의 조언을 드리자면, 글로벌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모든 국가들―즉,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은 이러한 무역적자가 타국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여러 나라들이 '포퓰리즘(populism)'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국 역시 큰 무역적자국인데, 거기서 포퓰리즘이 등장하면서 결국 EU에서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 또한 무역적자국으로서 포퓰리즘이 일어났고,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연이어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만약 여러분이 흑자국이라면,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좀 더 균형 잡힌 무역 체계를 추구할지, 아니면 계속 흑자만 고수하다가 결국 전체 시스템이 무너질 때까지 버틸지 말입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이 US스틸을 방문한 이후로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린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그 배경이 협상을 위한 여지를 만들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즉, 협상 후 관세 인하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A: 아시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철강의 과잉공급(초과 생산능력)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는 비밀이 아닙니다. OECD 철강위원회에서도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전 세계에 수억 톤의 초과 생산능력이 존재한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내왔습니다. 이 중 상당수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국 철강 산업의 극단적인 붕괴를 겪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상황은 매우 도전적입니다. 예를 들어, 호주는 더 이상 철강을 거의 생산하지 않고, 영국은 사실상 철강 산업의 대부분을 잃었죠. 자유무역 체제를 지향한 나라들이 이런 결과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추구하려는 방향은, 어떻게 하면 미국 철강 산업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그 해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인들이 반드시 가지길 원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세계적으로 초과 생산능력이 이렇게 구축된 책임은 미국에 있지 않지만, 이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Q: 조선산업처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원재료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업 원가의 상당부분을 철강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A: 우리는 실제로 말씀하신 대로의 (자유무역) 정책도 시도해봤습니다. 즉, 자유무역을 하자고 했고,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선박을 확보하지 못했고, 오히려 거의 모든 조선 능력을 잃었습니다. 값싼 투입재(원자재)를 도입해 보았지만, 결국 다운스트림 생산도 함께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죠. 그 이유는 철강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운스트림 제품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과거 정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여러분도 한국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열고 모든 무역 규제를 없앤다든지, 외국산 자동차와 상품을 모두 수입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그리 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미 해봤고, 효과가 없었습니다.
Q: 하지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시장을 개방했습니다.
A: 그 결과로 한국의 미국 수출은 크게 증가했지만,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여러 규제의 장벽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Q: 그것(수출과 수입을 일치시키는 것)이 자유무역은 아닌데요.
A: 저희는 해봤고, (미국 입장에선) 더 이상 그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A: 미국도 당연히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합니다. 대통령 역시 항상 다른 나라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37조 달러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매년 8천억~9천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팔아서 바로바로 소비를 충당하고 있죠. 올해 우리 무역적자는 아마 1조 달러를 넘길 겁니다. 이게 어떻게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 계신 그 누구도 미국이 해마다 이렇게 빚을 내고 자산을 팔면서 건강한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반드시 균형 잡힌 시스템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흑자국가들이 시스템 재조정에 동참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반드시 재조정을 해야 하고, 지금 상태로는 계속 갈 수 없습니다.
Q: 이런 무역정책이 앞으로 어디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1980년대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은 큰 경제적 고통을 겪었는데요.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A: 그게 플라자 합의의 결과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플라자 합의와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다른 합의들이 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만약 미국이 80년대 중반과 같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냈더라면, NAFTA에 가입하지도, 세계무역기구(WTO)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우루과이 라운드도 합의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치적으로 그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앞으로 미국이 다시 이런 국제기구의 무대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국이 언제까지나 GDP의 3~4%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떠안을 것이라 여기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Q: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요한 것은 합의의 '시점'이 아니라 '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재무장관이 정말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지금 급할 게 없습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낮고, 고용 사정도 좋으며, 주식 시장도 사상 최고치 근처에 있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봐도 대체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상에 급할 것이 없습니다.
Q: 즉, 미국 정부가 협상 타이밍을 일부러 늦춘다는 뜻인가요?
A: 정확히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는 어렵지만, 모든 게 일종의 '블러핑'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수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점에서 옳았어요. 인플레이션이 올 거라던 사람들, 경기침체가 올 거라던 사람들, 감세법안이 통과되기 힘들다는 사람들 모두의 예측이 빗나갔죠. 만약 제가 여러분이라면,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Q: 협상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제 생각에 재무장관의 발언은 단순히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느끼고, 오직 자신들에게 진짜 이익이 된다고 판단될 때만 협상 타결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합의를 위해 합의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합의를 할 것입니다.
미국, 즉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언제든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보지만, 한 가지 꼭 이해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는 관세 자체를 선호합니다. 만약 미국과 협상을 하려면, 트럼프가 관세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좋아할 만한 뭔가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Q: 그가 관세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이번 타임라인은 8월까지이니 이후 상황을 보아야겠군요.
A: 대통령은 관세 인상이 8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관세를 단순히 협상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면, 관세를 걸어서 딜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관세를 좋아합니다. 만약 관세보다 더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제시한다면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며칠 전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관세가 곧 딜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관세를 단순히 관세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 관세가 미국 경제에 이롭고, 미국인과 미국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정책이 생산적인 경제, 더 부유한 경제, 더 행복한 경제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대통령이 그 관세를 철폐하길 원한다면, 당신들은 관세보다 그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제 제안은 처음부터 이랬습니다.
앞서 말했듯, 제가 한국이나 일본, 독일이라고 한다면, 70~80년대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체결된 협상을 다시 돌아볼 것입니다. 그 당시 협상이 실패했다고만 보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협상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협상이 없었다면, WTO 체제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매년 1조 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팔아서 소비를 충당하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더 안정된 무역 시스템을 원한다면, 미국에 좀 더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제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015년으로 돌아가라'고 미국에 계속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 차례나 투표로 이런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A: 항상 협상의 의미는 있을 겁니다. 한국은 매우 정교하고 지혜로운 정부와 외교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 중국, 미국과 모두 협상할 줄 압니다. 제 생각에 앞으로도 미국과 협상하는 게 유럽연합, 인도,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보다 쉽고, 훨씬 나은 무역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10년 전만큼 쉽지는 않을지라도, 여전히 미국과의 거래가 더 유리할 거라 생각합니다.
Q: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같은 고위급 만남이 관세 인하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 달성에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우선 통상 담당 장관들이 만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얼마나 진전할 수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협상 말미에는 보통 대통령이 개입해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장관급 회의부터 시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습니까?
A: 사실 저는 그들과 같은 소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상황을 지켜봐 왔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와 아주 긴밀히 일했으며, 제이미슨 그리어 현 USTR 대표와도 함께 했습니다. 행정부 내부 사람들도 압니다만, 그들의 생각이나 입장은 공개된 내용입니다.
라이트하이저 대사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설명한 책을 썼고, 그리어 대사는 지난주 디트로이트에서 연설하며 설명했습니다. 재무장관도 방송에 자주 나와 설명을 하지요. 문제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비밀인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들이 지금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할 뿐입니다. 분명히 그들은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는 세계는 미국에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더 균형 잡힌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더 생산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이 더 소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국에게 필수적입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상은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만약 한국 정부가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하면, 지금 이 시기에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그건 말하기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더 쓰기로 합의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그들에게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는 냉전 시기였고, 동맹국과 동맹 유지가 매우 중요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일본과는 매우 치열한 무역 협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단순히 더 많은 국방비 지출만을 원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은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에 불리한 무역 불균형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없고, 유지하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Q: 쌀 등 식품 관련 시장 개방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국회에 쌀 개방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A: 글쎄요, 저는 분명히 미국인들은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훌륭한 농업 부문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수출을 원하니까요.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는 국가가 있다면 항상 미국인들은 관심을 가집니다.
Q: 협상 전략 차원에서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다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교착 상황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반대일까요?
A: 먼저, 제가 한국 정부에 조언을 드릴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훌륭한 협상가이며 무역 전략에도 매우 능숙하고, 미국과도 과거에 매우 성공적인 협상을 해왔습니다. 사실 협상은 보통 장관급에서 이루어지고, 장관들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 그다음에 대통령에게 난제가 올라갑니다. 저는 보통 이런 절차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을 무시하려는 시도는 보통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A: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지는 만큼, 협상의 ‘가격’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즉, 경제가 강해질수록 대통령의 협상력이 더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더 빨리 협상을 성사시키는 쪽이 더 유리한 조건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이 관세를 좋아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관세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Q: 미국이 온건한 리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던 무역 시스템은 이제 끝났다고 봐도 될까요?
A: 그게 무슨 뜻인가요? 확실히 미국은 아직도 매달 거의 모든 나라와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 점은 변하지 않았죠. 이 상황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고, 매우 심각한 정치적 논쟁과 변화를 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상황을 바꾸는 데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원하죠. 하지만 그건 우리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독립국가이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은 늘 그래왔고요.
Q: 한국 장관은 미국과 긍정적인 협력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로섬 게임 같다는 인상이 듭니다.
A: 이 상황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건 이겁니다. 미국인들은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진짜로 해주려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여러분이 원하던 합의도 했고, 규정에도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규칙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지지했던 주요 정치인 중 상당수가 지금은 퇴출되었고, 완전히 새로운 팀이 들어섰으며, 다른 방식을 시도해야 합니다. 유권자들은 여러분이 제안하는 체제를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외교나 무역을 하지 않을 것은 아닙니다. 단지 예전 같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Q: 앞서 ‘해방의 날’에 USTR은 상호관세율 계산 방식을 설명한 문서를 발표했는데, 이 문서에서는 ‘지속되는 무역 적자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결합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A: 그렇습니다. 미국산 자동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이 단순히 시장 논리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쌀 수입이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복합적 문제이지요. 대통령이 바라는 건, 오랫동안 협상해온 이런 장벽 대신 관세를 매겨 상황을 평준화시키고, 좀 더 균형 잡힌 무역이 되게 하자는 것입니다.
Q: GDP는 소비, 수입 등으로 구성되는데, 미국 GDP에서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2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정책들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A: 현실적으로 우리는 보다 균형 잡힌 세계 무역이 필요합니다. 미국인은 더 많이 생산해야 합니다. 매년 수백억 달러어치 자산을 팔아 소비를 메우는 방식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생활 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 수준이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무조건 모든 것을 팔아치우면서 생활할 수는 없습니다.
Q: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제조업 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런데 솔직히, 그게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주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어차피 당신들은 그럴 거잖아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루이지애나에 새 공장을 짓고, 그와 함께 철강 공장도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런 일들은 흔히 볼 수 있죠. 그러니 여러분이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다’라고 말해도, 당연히 그렇게 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투자 규모도 확인해 봅시다.
숫자 좀 볼까요? 미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를 보면 한국은 최고의 FDI 국가입니다. 미국과 국가별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우리에게 1315억 달러어치 상품을 팔았고, 우리는 한국에 665억 달러어치 상품을 팔았습니다. 그 차액이 약 660억 달러, 즉 한국의 대미 흑자인 겁니다. 이 중 일부는 분명 미국 서비스 구매가 포함될 겁니다.
예를 들어 하버드나 예일대에 학생을 보내기도 하고, 관광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많은 부분은 여러분이 현금 600억 달러를 그냥 쌓아놓지 않고, 미 기업을 인수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고 공장을 짓는 데 쓰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 ‘미국에 더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건, 여러분 이익에 부합하는 당연한 행위일 뿐입니다. 미국인들은 여러분이 그런 투자로 인해 칭찬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미국 농산물을 사도록 제안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도네시아나 중국처럼요.
A: 그 부분을 고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미국은 농업 부문이 매우 강합니다. 쌀, 쇠고기 등 미국 농산물을 더 구입하려는 국가는 미국 입장에선 언제나 좋은 거래 상대입니다.
Q: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 큰 그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긴장 국면이 오래 지속될까요?
A: 저희 입장에서는 기존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지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작동하고 있죠. 시장도 좋아하고, 일자리도 늘고, 실업률도 낮고, 인플레이션도 낮습니다.
Q: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개정됐는데, 그 협정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음, 꼭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루어진 변화들은 아마도 필요한 좋은 변화들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 변화들이 없었더라면, 제가 앞서 언급한 수치들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빠졌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2012년에 의회에 가서 “이 협정을 승인하면 13년 후에 한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대한 수출의 두 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그때 의회가 그 협정을 승인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EU를 보세요. 그곳처럼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은 그런 상황을 참지 않을 겁니다.
Q: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꼭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무엇을 꼭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품이든 뭐든요? 글쎄요, 제가 정확히 여러분께 무엇을 제안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은 이 수치들을 봐야 하고, 이 문제가 미국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강력하게 조언하자면, 이 관계가 좀 더 균형 잡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매년 300억 달러어치 상품을 사주는데 여러분은 650억 달러어치 상품만 사주는 상황을 다른 어느 나라와도, 심지어 미국 자신도 감내하지 못할 테니까요. 저는 여러분 탓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국 유권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한국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은 정말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한국이 강한 정신력과 애국심을 가진 나라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고향을 진심으로 사랑하죠. 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한국 사람들이 자국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감동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이해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 나라를 사랑합니다. 우리에게도 애국자가 있으며, 여러분이 현대나 삼성, 그리고 여러분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나라가 잘 되길 바랍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상황을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Q: 최근 백악관 관계자가 한일 양국에 대한 협상 전략은 ‘셰이크다운(shakedown)’이라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백악관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고요? 누군가가 한일 양국을 ‘셰이크다운’하고 있다고 했다고요? 음, 저는 그 표현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에서 위대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을 ‘셰이크다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하려는 말은 단지 현 무역 관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고, 여러분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관세를 받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안하라는 것이죠. 한국 측에 불편함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계속 협력해왔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