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먹을게요"…큰손들 뭉칫돈 몰린 '목표전환형 펀드' [전범진의 슈퍼리치 레시피]

※ ‘전범진의 슈퍼리치 레시피’는 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월요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공모펀드 빙하기에도 고액자산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펀드가 있다. 사전 설정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비중을 늘려 손실을 방지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다. 중수익을 추구하는 슈퍼리치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며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28일 펀드평가사 KG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총 14개의 목표전환형 공모펀드가 설정돼 632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1분기(설정액 2913억원) 대비 설정액이 117% 급증했다.

올 상반기 신규 설정된 펀드 개수는 26개로 작년 한 해 신규 설정된 펀드 개수(27개)에 육박했다. 상승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제각각 다른 투자·자산배분 전략을 펼치지만 설정 초반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지난 21일 내놓은 ‘신한 다시뛰는 대한민국 목표전환형 펀드’는 연 7% 수익률을 달성할 때까지 국내 상장 정책수혜주와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삼성 글로벌 Core AI 목표전환 펀드’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마벨테크놀로지 등 해외 빅테크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주에 투자해 연 9% 수익률을 추구한다.

2분기 상승장에서 목표전환형 펀드들은 목표 수익률을 '조기 달성'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KCGI자산운용이 지난 4월 내놓은 'KCGI 코리아목표전환채권형혼합펀드'는 출시 55일 만에 목표 수익률 6%를 달성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CoreAI 목표전환형 제1호' 펀드는 출시 45일 만에 목표수익률 7%를 채웠다.

이한동 유진투자증권 PB는 “최근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하면서 목표전환형 펀드도 일제히 두 세달만에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하자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한가지 자산이나 업종에 ‘몰빵’하기보다는 리스크(위험)를 분산시켜 투자하기 때문에 목표전환형 펀드나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같은 ‘중수익 상품'을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목표전환형 펀드가 ‘상방은 막혀있고 하방은 뚫려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승장에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이후 빠르게 환매하지 않으면 목표치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없지만 하락장에선 같은 자산을 담은 일반 펀드와 같은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하락장에선 오랜 기간의 기다림과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투자 시점과 전략에 따라 상품 별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기도 한다. 2분기 중 설정된 해외주식형 목표전환 펀드 중 테슬라 비중이 높은 상품 상당수는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5월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목표전환형 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 타이밍"이라며 "펀드 특성상 적립식 투자도 불가하기 때문에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PB는 “목표전환형 펀드가 현재 상승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을 경우를 대비해 적절한 현금과 저평가 자산 등도 함께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을 투자자에게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