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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우 논란에 '불똥'…'갑질 미투'에 떠는 의원 누구?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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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드러날까 무섭지?'…울분 쏟은 보좌진들
    '갑질 미투' 나올까 긴장한 분위기 속 추가 폭로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진 등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결국 낙마하면서, 여의도 내부에서 애써 무시해온 의원실의 권력 남용 문화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강 의원의 사례는 단순히 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실'이라는 특수한 권력 조직 구조 아래에 존재하는 갑질 관행을 재조명하게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갑질 미투'가 이어지는 분위기에 일부 의원실이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준표 "강선우만 있겠나"…과거 '갑질' 사건 소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의도 정치판에 보좌관에게 행패 부리고 갑질하는 의원이 어디 강선우 한 사람뿐이었겠느냐"라며 의원들의 다양한 갑질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당직자를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고 폭행해 당직자들의 집단 항의에 스스로 탈당했다가 조용해지니 슬그머니 재입당한 의원은 없었던가"라며 '당직자 폭행' 논란으로 탈당 후 복당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사례를 소환했다.

    이어 △S대 안 나왔다고 1년에 보좌관 수명을 이유 없이 자른 의원 △술 취해 보좌관에게 술주정하며 행패 부린 여성 의원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그 관행이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런 심성 나쁜 의원들은 이제 좀 정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갑질'을 문제 삼던 송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 사건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자 "저는 반성하고 사과했고, 그래서 처벌받아 탈당도 했고 다 했다"는 머쓱한 해명의 말을 꺼내야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 "갑질 드러날까 무섭지?"…울분 쏟아낸 보좌진들

    국회 보좌진이 모인 익명의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은 이번 사건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강 의원 사태 이후 커뮤니티에는 의원실에서 '을'로서 겪은 생생한 증언이 올라왔다.

    "영감(여의도에서 의원을 칭하는 은어)아~ 갑질 드러날까 봐 무섭지? 요새 갑자기 잘해주더라? 짜증도 안 내고. 사회적 약자 운운하더니 강선우 얘기는 찍소리도 안 하네? 근데 조용히 넘어갈 거라는 기대는 접어두길. 그간 직원들에게 갑질했던 것 많잖아."

    "국회의원 갑질이 장관 후보자만 문제 되겠는가. 지금도 속으로 찔리는 영감들이 적어도 100명 이상쯤은 될 거다. 솔직히 영감 쓰레기 처리는 예사다. 심야 업무지시, 영감 자녀 학원 픽업, 수시로 욕설, 인격모독, 강아지 픽업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영감들이 밖으로는 인권 보호, 약자 보호 국회의원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이다. 정작 회관 안에서는 인권 같은 거 딴 세상 이야기다."

    이 중에는 송 위원장처럼 '실명 저격'을 받고 사과한 의원도 있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공격은 마녀사냥'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삭제한 양이원영 전 민주당 의원이다. 한 보좌진은 양이 전 의원 글에 "21대 때 원탑 갑질방으로 소문났던 전직 국회의원님 이번에 한마디 했더라. 강선우한테 저러는 거 마녀사냥이라고. 끼리끼리 잘들 논다"는 답장을 익명의 커뮤니티에 남겼다.

    이에 양이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실 중에서 저희 방이 갑질 원탑 방이라고 일컫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라며 "국회의원이라면, 보좌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책임과 사명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상처를 줬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 '갑질 미투' 이어질까…"정치 문화 재정립해야"

    지금처럼 들끓는 분위기라면, 이번 사건의 여파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나도 당했다'는 고백이 이어진 과거 미투 운동처럼, '갑질 미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의원 논란 이후 새로운 갑질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고병용 성남시의원은 25일 자신의 SNS에 "최근 강선우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결국 사퇴했지만, 한 사람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만연한 갑질 문화의 일부"라며 "권위적 국회의원이 성남 지역 선출직 시·도의원들에게도 일상적으로 갑질을 했다"고 했다.

    고 시의원은 "공천권을 무기 삼아 시·도의원을 감시하려는 듯 활동 보고서를 매일 쓰게 강요했고, 매주 주간 브리핑까지 하게 했다"며 "SNS 대화방에서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선출직 의원을 거침없이 내쫓기도 했다. 명백한 폭력"이라고 했다.

    고 시의원은 해당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기초의원들은 통상 자신의 선거구가 속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성남중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시의원은 지난해 8월 이 의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탈당을 선언했었다.

    다만 이 의원은 고 시의원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성남중원지역위원회는 작년 총선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국도시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지역의 민원, 현안 상황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각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당원과 주민에 대한 당연한 책무"라며 활동 공유 요청은 갑질이 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선우 논란에 '불똥'…'갑질 미투'에 떠는 의원 누구? [정치 인사이드]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의원들이 요즘은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만, 이번 사건 역시 과거의 수많은 사례처럼 강 의원의 낙마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좌진이 침묵을 강요하는 국회 내부의 오래된 관행과 구조적 권력 불균형 때문이다. 의원 의지에 따라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고용 불안정성과 의원실 특유의 밀폐된 조직 분위기, 정치권 내 평판 리스크 등이 이들을 침묵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정당과 의원들 스스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많은 전현직 보좌진들이 '기억을 꺼내 들 날'도 머지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보좌진은 "그때쯤엔 개인의 사과문이나 해명이 아니라 대대적인 제도 변화와 책임 있는 정치 문화의 재정립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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