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내한한 뮤지컬 '위키드'
엘파바 역 배우 건강 이슈로 잠정 교체
브로드웨이 방식의 커버 시스템 따라
공연 당일 캐스팅보드로 출연 배우 안내
뮤지컬 '위키드'의 내한 공연이 막을 올린 첫 주말(12~13일). 일부 관객들은 캐스팅 보드 앞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의 메인 캐스트인 셰리든 아담스 대신 '얼터네이트' 배우 조이 코핀저의 얼굴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대했던 배우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사정은 이랬다. '위키드' 프로덕션 측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엘파바 역 셰리든 아담스의 예상치 못한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휴식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핀저가 지난 15일까지도 아담스를 대신했고, 프로덕션 측은 이와 별도로 새로운 배우를 발탁했다. 2012년 '위키드' 국내 초연 당시 내한 공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호주 뮤지컬 배우 젬마 릭스가 스페셜 캐스트로 무대에 선다. 릭스는 엘파바로 1200회 넘는 공연을 맡으며 실력을 입증한 배우로 꼽힌다.
아담스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코핀저가 얼터네이트로 대신하고, 공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릭스가 추가 투입된다. 다만 아담스가 '위키드' 무대로 복귀할 시기는 불분명하다. 지난 4월 말 한국 팬들을 대상으로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였던 그는 자신의 SNS에 불참 소식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담스는 "이번 주말에 건강상의 이유로 무대에 설 수 없었다"며 "몸이 회복되는 대로 꼭 돌아오겠다"고 했다.
얼터네이트는 뭐고, 언더스터디는 뭘까?
이러한 커버 시스템은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적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하나의 배역을 한 명의 배우가 전담하는 '원 캐스트' 체제로 운영된다.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얼터네이트 또는 언더스터디 배우를 따로 두는 게 필수적이다.
얼터네이트와 언더스터디는 자주 혼동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얼터네이트는 주연 배우와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됐지만, 정해진 소수의 회차에만 무대에 등장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아담스가 엘파바 역을 맡는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지긴 했지만, 코핀저도 엘파바의 얼터네이트로 처음부터 발탁됐다. 코핀저는 2023년 투어부터 '위키드'에 참여했고, 싱가포르 공연에서는 엘파바 역의 메인 캐스트였다.
언더스터디는 평소엔 앙상블로 공연하다가 주·조연 배우가 건강상 이유 등으로 참여할 수 없을 때 해당 배역을 대신한다. 한국에선 최소 두 명, 많게는 네다섯명의 배우가 같은 역을 맡는 '멀티 캐스팅' 방식이기 때문에, 한 배우가 사정상 출연할 수 없을 경우 다른 배우로 교체된다.
그럼에도 티켓 예매 전 안내 사항을 놓쳤거나 뮤지컬 관람 경험이 적은 관객들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처음 공개되는 출연 배우 명단을 보고 당황할 수 있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은 만큼 사전 고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로드웨이 작품과 시스템을 따르는 내한 공연의 특성상 한국 관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얼터네이트가 출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내한 공연은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배우 출연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은 배우가 아닌 작품에 대한 약속이라는 점을 관객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