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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남긴 청춘과 성장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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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김민지의 미학의 순간들

    AI와 청춘이 만나 피어난
    한 사람의 인간적인 감정과 이야기들,
    그리고 진정한 예술의 순간들
    아름답고 애틋하지만, 여전히 성장통을 겪는 치열한 시기. 당신은 20대의 청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어쩌면 스무 살 언저리의 길목에서 지금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가 당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그 아릿한 시간을 지나오며 조금은 무딘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던 저에게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이 다시금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기억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심지어 AI와 함께 말이지요.

    AI 시대, 미래 인재와 미적 지능

    AI 시대라는 용어가 이제 낯설지 않듯,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AI는 예술과 문화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메타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Big Tech, 거대기술기업)에서 AI 투자 비용을 늘리고 중간관리자를 대량 해고하는 뉴스를 주시하며, 이 사태가 비단 미국에 국한되지 않을 거란 짐작은 쉬이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성장과 초고령화, 일자리 및 신입 채용 인원 감소 추세 등 다양한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 세대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AI를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AI 활용 능력을 배우고, 동시에 AI가 촉발하는 윤리와 사회 문제 등을 인식하며 기술의 명과 암에 관한 균형 잡힌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AI에 대체 불가능한 미래 인재로서 미적 지능(Aesthetic Intellegence)을 갖추기 위해서는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할뿐더러 깊이 있는 사고와 상상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문 예술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교육 커리큘럼을 실험적으로 고안했고, 학생들이 나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에서부터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진행했습니다. 이때 교수로서 기본적인 AI 활용 방법과 해당 기업과 AI 도구마다의 특장점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창작의 주도권을 AI가 아닌 학생이 쥐고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지도하는 정도로만 개입했습니다. 기획과 창작의 최종 결정권을 학생이 쥐어야 스스로 돌아보며 내면의 고민을 이어가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흔들리는 순간들 역시 배움과 성장에서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치열한 시간을 거치며 AI로 남긴 청춘과 성장의 순간들은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기에, 그 의미있는 이야기를 전해고자 합니다.

    AI 캐릭터로 표현한 무대 위 꿈꾸는 나의 정체성

    무대는 아이러니한 공간입니다. 관객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며 평가와 비판을 수반하지요. 이러한 무대의 속성을 알아챈 문지은은 그럼에도 무대에 서는 순간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과거의 자신은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무대는 ‘내가 나로 드러날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왔다면서요. 정체성의 일부인 그 열망을 끌어내 주고 싶은 마음에 “AI로 메타버스 캐릭터를 만들어 꿈꾸고 상상하던 무대에 선 나를 마음껏 표현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었지요. 그래서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루아(Lua)’입니다.
    문지은 <달을 쥐고 있는 루아(Lua)>(2025) / 제공. 김민지
    문지은 <달을 쥐고 있는 루아(Lua)>(2025) / 제공. 김민지
    루아는 ‘달(Luna)’와 ‘사랑(Amor)’의 합성어로, 달처럼 환하게 어둠을 밝히며 사랑을 나누는 존재를 뜻합니다. 평소 소심하게 자신을 숨기며 살다가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밤, 잠이 들면 꿈속의 세계로 연결되죠. 그 꿈의 무대에서 진정한 루아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는 세계관입니다. AI 캐릭터 루아의 모습은 구글랩스(Google Labs)가 출시한 AI 도구 ‘위스크(Whisk)’로 만들었습니다. 챗GPT로 루아 팬클럽 응원봉 이미지까지 디자인했고요. 뿐만 아니라 앨범 디자인과 포스터, 포토카드까지 구성했지요. 이후 비디오 생성 AI 스타트업 ‘런웨이(Runway)’의 AI를 활용해 뮤직 비디오 티저 영상을, AI 음성 합성 기술 기업 ‘수퍼톤(Supertone)’의 실시간 음성 변환 기술로 캐릭터에 목소리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음악 생성 AI 스타트업 ‘수노(Suno)’ 플랫폼에서 루아가 부를 음악을 작곡하고, 최종 콘텐츠 편집은 프리미어 프로를 사용했습니다.
    문지은 <MOONRISE: To Be Seen>(2025) / 제공. 김민지
    문지은 <MOONRISE: To Be Seen>(2025) / 제공. 김민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단순히 이미지나 음악을 생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창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상력과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 주체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거치며 지은이는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래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매일 진지하게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말이지요. K팝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에 대한 자신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지은 <루아(Lua)>(2025) / 제공. 김민지
    문지은 <루아(Lua)>(2025) / 제공. 김민지
    AI 시대, 살아있는 배우의 미학

    신서희는 2023년 전국춘향선발대회에서 미(美)로 선정된 재원이자 중국어, 판소리, 가야금 연주까지 능통한 배우입니다. 연기자로서 차별화 지점과 매력을 키우고 본연의 캐릭터를 발견하길 원하는 열망을 지니고 있고요. 그래서 AI를 공부하고 활용해 나라는 배우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기획해 보기로 했습니다.
    신서희 배우 / 출처. 팬엔터테인먼트
    신서희 배우 / 출처. 팬엔터테인먼트
    처음에는 챗 GPT와 구글의 생성형 AI 플랫폼 ‘제미나이(Gemini)’의 AI와 대화하며 질문 문항을 뽑아 인터뷰 영상을 찍을 생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AI 배우가 등장한 시대에 당신만의 배우로서의 무기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지요. 나아가 AI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AI 음성으로 구현한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연기 장면을 찍어보는 시도도 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AI 배우나 성우는 인간처럼 대사 행간의 미묘한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연기학과 학생이기에 AI 배우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이어간 결과, 고전 문학과 미술, 공연 예술을 융합하는 구성으로 서희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종 ‘구글 AI 스튜디오(Google AI Studio)’로 만든 ‘흥부전’ 관련 이미지를 배경 삼아 실제 배우가 등장해 판소리의 한 대목을 부르는 방식으로 공연했습니다. 배우의 숨결과 감성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이 무대는 ‘AI 시대에도 살아있는 배우가 생명력을 발하며 표현하는 예술의 미학은 불변할 것‘이라는 점을 느끼며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AI로 되살아난 고흐가 사랑에 흔들리는 청춘에게

    1889년, 빈센트 반 고흐는 프랑스 남부 생레미의 요양소에서 자신을 거울에 비추며 한 점의 자화상  <Portrait de l’artiste(예술가의 초상)>을 그렸습니다. 머리와 몸통을 둘러싼 푸른 소용돌이의 아라베스크(arabesques) 곡선들은 고흐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합니다. 또렷하고 강렬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은 마치 고통스럽고 고독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고흐는 36세였지만 평온하기보다는 흔들리고 불안한 눈빛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면 여전히 뜨거운 격랑을 겪고 있는 청춘을 연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고 굳은살이 베듯 감정에 무뎌지기만 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처럼 어쩌면 청춘은 비단 나이에 국한된 용어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빈센트 반 고흐 <예술가의 초상(Portrait de l'artiste)>(1889) ©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 출처. Google Arts & Culture
    빈센트 반 고흐 <예술가의 초상(Portrait de l'artiste)>(1889) © Musée d’Orsay, Dist. RMN-Grand Palais / Patrice Schmidt / 출처. Google Arts & Culture
    그런데 이런 상상해 보셨나요. “고요하게 그림 안에 갇혀 있는 듯한 고흐의 영혼이 되살아나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면 어떨까?” 미술경영을 전공한 우현서는 고흐의 예술 세계에서 사랑과 인생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유쾌한 상상을 AI로 구현해 ‘청춘의 사랑과 성장’을 주제로 영상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열병처럼 앓았던 사랑이 끝나고 이별의 아픔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마음을 달래러 미술관을 찾습니다. 고흐의 자화상 앞에 서서 바라보는데 순간 그림 속 고흐가 입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죠. 그녀는 화들짝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고흐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우현서 <Me & World (예술을 보면 ‘나’와 ‘세상’이 보인다)>(2025) / 제공. 김민지
    우현서 <Me & World (예술을 보면 ‘나’와 ‘세상’이 보인다)>(2025) / 제공. 김민지
    “용기를 내어 진심을 표현하고 사랑을 한 건 값진 경험이야. 또다시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예술을 사랑하는 현서는 “사람들이 전시장에서 그림과 대화하며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AI와 함께 꿈꾸는 청춘, 그 찬란한 순간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흐르는 땀을 닦아내야 하는 한여름, 더위를 이기며 학기를 돌아보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AI로 만든 작품들에서 느껴진 것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들 각자가 품고 있던 간절함이었다는 걸요. 사랑의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열망, 꿈꾸는 자아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은 소원. 이 모든 마음이 AI를 통해 예술이 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의 순간, AI는 학생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자신도 몰랐던 내면과 마주했고, 예상치 못한 결과물 앞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느냐’였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AI라는 신묘막측한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이때 교육자의 역할은 학생들의 진로와 재능을 발견하는 멘토이자 또래 간 소통을 증진하는 촉진자, 나아가 작품 기획 및 창작 과정에서 방향 설정과 구현 방법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디렉터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이론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빛나는 모습을 발견해 칭찬하고 때로는 기다려주며 가능성을 바라보고 믿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요소이며 교육의 본질에 닿아있는 가치인데, AI가 아닌 사람인지라 때로는 마음앓이의 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청춘의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이들이 보여준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 서툴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간절함. 그 마음들이 AI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나 형태를 갖추어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의 순간을 보았습니다. AI 시대의 예술이란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대화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고요. 학생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새로운 매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과 이야기를 길어 올렸습니다.

    캠퍼스를 걸으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스무 살 언저리에서 흔들리던 그 마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안달했던 그 간절함은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이었구나. 붓으로 그림을 그리든, 펜으로 시를 쓰든, 혹은 AI와 대화하며 영상을 만들든 그 모든 과정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AI로 남긴 청춘의 순간들은 기술을 넘어 한 사람의 이야기로 피어났습니다. 그 미완의 감정들, 흔들림 속에서 건져 올린 진심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도록,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반짝이며, 예술처럼 살아 있을 테니까요.

    김민지 경기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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