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메세나협회 '기업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지원 규모 2016년 이후 2000억원대 정체
KT 2014년부터 지원 규모 1위…상상마당 운영
재단 중에선 삼성문화재단이 21년째 1위 지켜
한국 문화예술에 가장 많은 지원금을 쏟은 기업은 KT&G인 것으로 나타났다. 11년 연속 1위다. 재단 중에선 삼성문화재단이 21년째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보다 1.8% 느는 데 그쳤다.
한국메세나협회가 발간한 '202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 자료출처.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메세나협회는 ‘202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매출액 상위 500대 국내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35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지난해 2125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8% 늘었다. 이 지원 규모는 2016년 2025억8100만원으로 사상 첫 2000억원대를 넘어선 뒤 이렇다 할 증가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7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가 2022년 2073억4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8% 늘었던 게 최근 10년간 증가폭이 가장 컸던 사례다.
기업 중에선 KT&G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2014년부터 지원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T&G는 서울, 춘천, 논산, 부산 등에 북합문화예술공간인 KT&G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시, 체험, 문화예술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2위는 알트원뮤지엄, 갤러리 H 등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차지했다. 기획 전시와 작가 발굴에 힘쓰면서 뮤지엄한미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3위였다.
한국메세나협회가 발간한 '202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 자료출처. 한국메세나협회
서울 마포구 홍대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KT&G상상마당 홍대'. / 사진출처. KT&G.
재단 가운데선 삼성문화재단이 기업과 재단을 나눠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래 21년째 1위를 수성했다. 이 재단은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을 활용해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전시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복합문화공간인 사운즈S를 개관해 음악 공연 개최를 지원했다. 2위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LG아트센터를 거점 삼아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LG연암문화재단이었다. 롯데콘서트홀과 롯데뮤지엄을 운영하는 롯데문화재단은 3위였다.
지원액이 가장 쏠린 분야는 공연장, 미술관 등을 포함하는 인프라 부문이었다. 지난해 이 부문 지원 규모는 1201억원으로 전체 규모 중 56.5%를 차지했다. 예술 부문별로는 미술, 클래식 음악 등 주요 부문에 지원이 집중됐다. 미술·전시 지원액은 31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9% 늘었다. 클래식 음악은 215억원으로 같은 기간 23%나 증가했다. 문학은 지원 규모가 33억원에 불과했지만 전년 대비 33.9% 급증했다. 반면 비주류·다원 예술(56억원)은 같은 기간 14.7% 줄었다. 국악·전통 예술(40억원)은 1.6%, 연극(17억원)은 30.7%, 뮤지컬(14억원)은 24.6% 감소했다. 수혜 지역별로는 서울이 지원액의 48.6%, 수도권이 61.1%를 차지해 수도권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한국메세나협회가 발간한 '202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 / 자료출처. 한국메세나협회
국내 문화예술단체는 재원 확대와 다각화를 위해 민간 자본의 유입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다. 자체 수입을 좀처럼 늘리지 못하고 있는 현재로선 공공지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문화예술단체의 재원에서 공공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83%에 달한다. 자체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그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격월로 발간하는 웹진인 에이스퀘어에 따르면 미국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중 자체 수입 비중이 2020년 기준 60%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정체된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지역 기업의 메세나 참여 확대 등 새로운 모멘텀(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문화예술 지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정부 공공사업 입찰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우대 평가제도 도입,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평가 프레임워크(기반 정책) 개발 등 정부의 다층적인 정책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