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졌지만 텅 빈’ 오징어게임…“그 많은 캐릭터는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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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3' 리뷰
스케일과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많은 영화·드라마 작품들이 뻔히 보이는 이 함정에 빠지곤 한다. 더 많은 제작비, 더 커진 세계관, 더 늘어난 인물은 마치 흥행 보증수표 같다. 대체로 블록버스터 후속작, 특히 3편이 이런 유혹에 시달린다. 대개 이런 시리즈는 트릴로지(3부작)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 터라, ‘유종의 미’에 대한 부담이 상당해서다. 톺아보면 과거 ‘미이라3’가 그랬고,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이 함정에서 자유롭진 않았다. 역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의 3편조차 전작과 비교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 중 하나다. 시즌1(22억520만 시간)과 시즌2(13억8010만 시간)의 전 세계 누적 시청 시간만 무려 35억8530만 시간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이 시청한 시리즈다. 콧대 높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인 에미상을 비영어권 최초로 석권한, 명실상부한 K콘텐츠의 쾌거다.
왕관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웠던 걸까. 지난 6월 2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3’(이하 오겜3)는 끝내 희비가 엇갈리는 작품이 됐다.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화려한 피날레라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아쉬움을 진하게 남기면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세 번째 시즌이 가치가 있으려면 우리를 놀라게 할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할리우드리포트는 “한때 모두를 열광케 한 히트작이 실망스러운 결말로 힘겹게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시청자 평가 지표인 팝콘지수는 51%로 시리즈 중 가장 낮다.
아쉬움의 근거는 대체로 이렇다. 무려 10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시즌2·3 동시제작)로 스케일은 커졌지만, 꼭 담겨야 할 감정과 서사의 밀도가 옅어졌다는 것. 이런 판단의 기저에는 ‘누가 살아 있었고, 누가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는가’라는 비평적 질문이 있다.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한 게 화근이 됐다는 뜻이다. 사실 한 작품이나 다름없는 시즌2에서부터 나왔던 우려다. 대부분 ‘탈락(사망)’으로 결말 지어질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피로감이 늘었다.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른 전개와 반전이 주는 쾌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는 확장된 스토리를 고려하면 선명한 캐릭터들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고, 게임이 재개되면 ‘캐릭터 과잉’은 부담스럽다. 이를 고민이라도 한 듯,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시즌3 초반 대규모 학살극을 벌인다. 술래잡기 게임을 통해 시즌2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던 캐릭터들을 대거 탈락시킨 것.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시즌2의 수라장을 헤치고 생존한 캐릭터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며 몰입도 깨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의미 있어 보이는 장치처럼 보였던’ 용궁선녀(채국희)와 박민수(이다윗)다. 선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이따금 의미심장한 발언을 날려 일종의 초월적 시선을 가진 캐릭터로 시청자의 해석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시즌3에선 신통력도 없는 사기꾼에 불과한 ‘분노유발자’로 다소 맥 빠지게 탈락한다. 민수 역시 평범하지만, 시즌1의 오일남(오영수)처럼 숨어들어온 VIP 등 반전 캐릭터일 수 있다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마약에 빠져 허우적대다 사실상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강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무너지는 씁쓸한 역할로 소비될 뿐이다.
박수 하나: 마음속에 살아남은 현주와 애심
아쉽기만 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쓰느라 치아가 다 빠졌다”는 황 감독의 한마디에 걸맞게 시청자의 뇌리에 끝까지 살아남은 캐릭터는 있었다. 트랜스젠더 120번으로 눈길을 끈 조현주(박성훈)는 시즌3의 짧은 분량 속에서도 ‘신 스틸러’였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선, 퀘스처너리(Questionary)를 뜻하는 ‘퀴어’인 현주는 역설적으로 시즌2부터 시즌3까지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인간성’을 잃지 않은 인물이다. 그가 김준희(조유리)의 아이를 받아 들고 감격해하는 모습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물음표 하나: 준호는 무얼 위해 존재했나
온갖 부조리 속에 남은 일말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인 성기훈(이정재) 캐릭터는 악인들의 ‘안티테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훈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끝내 아이를 살리기 위한 자기희생을 보여주지만, 결국 모두를 구하지도 못하고 마지막 게임에선 자신과 같은 약자 처지에 몰린 민수의 탈락을 방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을 관통하는 대주제인 ‘아직도 사람을 믿느냐’는 일남과 프론트맨(이병헌)의 물음에 대한 답이라기엔 석연치 않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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