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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고 찬란한 벨 칸토 창법의 소유자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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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

    '벗들이여, 만약 제국이 강한 마음을 필요로 한다면'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 中에서
    새 교황이 탄생했다. 레오 14세가 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69). 시카고 태생의 미국인이다. 남미 출신인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이번에는 아시아인이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길 은근히 바랐으나 무산되었다. 레오 14세는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작지 않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한국지부 방문차 네 번의 한국 방문 기록이 있다. 그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는 페루 시민권자라는 대목이다. 사제 서품 이후 페루로 건너가 20년간이나 빈민가에서 희생과 봉사로 사목활동을 펼쳤다.

    페루 하면 떠오르는 테너가 있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órez). 수도 리마 출신, 1973년생이다. 과거 1960~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고 최근 타계한 페루인(人) 테너 루이지 알바(Luigi Alva, 1927~2025)가 있었으나 그는 상류층 백인이었고, 반면 플로레스는 명명백백한 메스티소(Mestizo)다. 백인과 안데스 원주민계 인디언의 혼혈이란 뜻. 그래서 더 반갑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노래한 모차르트 음반 / 사진출처. ⓒ KT GENIE MUSIC CORP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노래한 모차르트 음반 / 사진출처. ⓒ KT GENIE MUSIC CORP
    파바로티는 플로레스에 대해 “아름답고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동의한다. 그의 목소리는 밝고 윤기가 돈다. 빛나는 고음, 날렵한 딕션에 비브라토가 매끄럽다. 말 그대로 벨 칸토(Bel Canto)를 구사하는 테크니션이다. 빠르고 화려하고 찬란한 아리아에 제격이다.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La Clemenza di Tito, K.621)>는 도덕적 이상과 인간적 갈등, 그리고 용서의 미학을 접할 수 있는 모차르트 말년의 걸작이다. <마술피리(Die Zauberflöte)>가 쾨헬 번호 K.620이기에 이 작품을 최후의 오페라라고 보기도 하는데, 오류다. 초연도 마술피리가 20일 남짓 늦고, 작업 완료 시점도 뒤다. 번호만 뒤바뀌었다.
    오페라 <황제 티토의 자비> 오리지널 포스터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오페라 <황제 티토의 자비> 오리지널 포스터 /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극의 배경은 로마 제국 시대로 실재했던 역사적 인물인 황제 티투스(Titus)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주된 테마는 권력과 자비, 배신과 용서다. 모차르트는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며 보히미아의 왕인 레오폴트2세의 대관식 용으로 이 곡을 기획한 것. 역사 속 로마의 성군(聖君) 티투스(A.D, 39~81)을 불러와 권력자를 위한 용비언처가를 바친 셈이다. 몇몇 아리아가 유명하지만 최고는 역시 티토 황제가 부르는 ‘벗들이여, 만약 제국이 강한 마음을 필요로 한다면(Se all'impero, amici Dei)’일 것이다.
    2013년 스톡홀름 드로트닝홀름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모차르트의 라 클레멘자 디 티토(La Clemenza di Tito) / 사진. ©Mats Bäcker
    2013년 스톡홀름 드로트닝홀름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모차르트의 라 클레멘자 디 티토(La Clemenza di Tito) / 사진. ©Mats Bäcker
    “주님의 벗들이여, 제국을 다스리려면 엄격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오 / 그러나 그것만이 최선일까 / 그렇다면 내게서 제국을 거두어 가게나 / 내 왕국 백성들의 충성심이 사랑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 나는 그런 충성심은 바라지 않는다오 / 그것이 두려움에서 비롯된 충성이라면”

    <티토 황제의 자비> (La clemenza di Tito, K. 621) 2막 제12장 "Se all'impero, amici Dei"

    2막 12장에서 황제 티토는 친구 세스토(Sesto)가 사랑하는 여인 비텔리아(Vitellia)에 꾐에 빠져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롭다. 감정적으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군주로서의 자비심과 도덕적 리더십에 흔들린다. 티토의 내면 갈등과 고뇌를 표현하는 노래다.

    플로레스가 이 섬세한 티토의 아리아를 너무 잘 불렀다. 모차르트다운 사운드에 기막히게 조응하는 악단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찰떡궁합이 맞춤하다. 오케스트라 라 신틸라(Orchestra La Scintilla).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Opernhaus Zürich) 소속 고음악/시대음악/정격연주 기반의 바로크⸱고전음악 전문 앙상블이다. 1996년 결성. 이름인 'La Scintilla'는 이탈리아어로 '불꽃' 또는 '불꽃의 시작'이다. 바로크 음악의 부활을 위한 열정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모차르트에도 썩 어울린다. 녹음도 밸런스가 잘 맞고 강약과 완급의 감각과 방향성이 최적화되어있다.
    오케스트라 라 신틸라 / 사진출처. Opernhaus Zürich
    오케스트라 라 신틸라 / 사진출처. Opernhaus Zürich
    리더는 리카르도 미나시(Riccardo Minasi,1978~ ,伊).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다. 고음악⸱바로크 연주에만 몰두하는 인물. 2022년 부임한 이 단체의 첫 번째 예술감독이다.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지난 1994년 결성된 ‘앙상블 레조난츠(Ensemble Resonanz)’의 음악감독도 병행하고 있다.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에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지휘로 각광을 받았고 여세를 몰아 2024년에는 BBC Proms에서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따로 맡아 공연했다. 하이든과 C.P.E. 바흐의 앨범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음반상인 디아파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휘자 리카르도 미나시 / 사진. © Valry Joncheray
    지휘자 리카르도 미나시 / 사진. © Valry Joncheray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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