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쩍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음악가 두 명이 있다.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가 된 지휘자 송민규다. 이들이 지난 17일 서울시향이 예술의전당에서 합을 맞췄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연주한 서울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연주한 서울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공연명은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 두 젊은 음악가가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앞으로도 창창한 활동을 펼쳐나가길 바라는 듯한 제목이었다. 팬들도 이러한 기대를 가질 만했다. 박수예는 지난달 핀란드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콩쿠르 결선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현대 음악 작곡가인 올리버 크누센의 협주곡을 선보인 끝에 1위를 차지했다. 송민규는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귀도 칸텔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2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했다. 이 콩쿠르의 역대 우승자 목록엔 엘리아후 인발, 리카르도 무티와 같은 거장도 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 박수예

이날 공연의 핵심은 박수예가 무대에 올라오는 곡인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이 우아하면서도 애절한 선율을 맘껏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악단도 웅장함을 표현할 수 있어 자주 연주되는 낭만주의 곡이다. 지난 5월 김봄소리도 이 노래를 담은 앨범을 냈을 정도다. 악단은 이날 공연의 첫 곡으로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서곡을 연주했다. 뒤이어 브루흐의 곡을 연주할 차례가 되자 박수예가 무대에 올랐다. 은빛 자수가 반짝이는 코발트 빛 드레스가 눈에 띄었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박수예의 연주에선 자신감이 드러났다. 1악장 독주에서부터 그는 남다른 안정감을 보여줬다. 그가 내는 음 하나하나가 단단하고 꽉 찬 느낌이었다. 연주자가 실수를 하진 않을까 관객이 조마조마할 만한 순간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화려한 기교를 섞어 현란한 연주를 하는 쪽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기가 단단했다. 박수예가 왼손으로 쉼 없이 만들어내는 비브라토(일정한 음의 높낮이를 일부러 떨리게 하는 연주법)는 뚝 끓기는 느낌이 없이 부드러웠다. 이렇게 듣는 귀를 편하게 만들기까지 그가 소화해 왔을 연습량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악단은 독주자가 빛나 보이는 길을 택했다. 박수예가 선율을 이끌 땐 소리를 낮춰 바이올린의 음색을 살리는 조력자가 됐다. 서울시향은 바이올린 독주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음량을 키워 연결감을 살렸다. 상대적으로 잔잔한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선 바이올린의 휘몰아침이 절정에 달했다. 악단이 독주자의 박자보다 살짝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곡 전반에 걸쳐 속도감을 지키겠다는 지휘자의 의도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스코틀랜드 정취 살린 서울시향

관객들의 환호 속에 연주를 마친 박수예는 앙코르 무대로 들뜬 분위기를 이어갔다. 앙코르 곡은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가단조의 1악장. 관객들이 바이올린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수예의 활이 위로 움직일 땐 음들이 막힘 없이 대기 중으로 튀어 올랐다. 활이 아래로 향할 땐 일관적으로 탄탄한 소리가 났다. 이 무대에 서길 바라는 바이올린 꿈나무들이 참고할 만한 교본을 보는 듯했다. 연주한 곡이 많지 않다 보니 바이올린을 통해 드러난 감정의 폭이 넓진 않았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지휘를 맡은 송민규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지휘를 맡은 송민규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협연자가 없었던 2부 공연에선 송민규가 서울시향과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선보였다. 4개 악장 중 지휘자의 개성이 특히 두드러진 건 2악장이었다. 이 악장에선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가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듣다 보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잔디밭이 떠오르기도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바순 소리는 여기에 조금은 어두컴컴한 습기를 더한다. 이럴 땐 북해에 접한 스코틀랜드 고산지대의 우중충한 날씨를 보는 듯하다.

이번 공연에서 2악장이 만들어낸 바람은 산들바람보다는 셌다. 누군가는 시원하게 느끼지만 누군가의 어머니는 “맞다 보면 감기 걸린다”고 걱정할 만한 바람이었다. 곡 곳곳에서 솟아나오는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연주법)는 이 울림에 발랄함을 더했다. 마지막 악장에선 앞서 상승하던 운율을 막는 베이스의 단호한 보잉과 호른의 힘찬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지휘자는 한껏 고조된 악단의 에너지를 단번에 터뜨리기보다는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연주한 서울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지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 <송민규 & 박수예 온 파이어>에서 연주한 서울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