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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을 가능으로”…우당탕탕 한국 첫 뮤지컬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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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리뷰

    뮤지컬 생소했던 1960년대
    북한 뛰어넘는 공연 위해
    초짜 연출과 배우 뭉치다

    오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650억원으로 클래식 시장(1010억원)의 4배를 웃돌았다. 'K뮤지컬'의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학로에서 시작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수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서울시뮤지컬단의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오늘날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는 K뮤지컬이 초창기 겪었던 좌충우돌을 유쾌하게 그려낸 오마주 작품이다. 1966년 한국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만든 예그린악단(서울시뮤지컬단의 전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는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구성했다.

    중심인물은 중앙정보부의 존재감 없는 문화예술혁명분과 실장 유덕한과 그의 실수로 연출을 맡게 된 배우 지망생 김영웅이다. 유 실장은 "북한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공연을 만들라"는 각하의 명을 받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뮤지컬'을 기획하게 된다. 동명이인으로 잘못 뽑힌 김영웅 연출은 엉겁결에 극단의 경리를 작가로 데려온 뒤 성악가, 소리꾼, 무속인 등 출신도 제각각인 배우들과 합을 맞춘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들은 배우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대사 속 '지문'이 뭔지 몰라 "엉엉 운다"는 표현을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하고, '핀마이크'가 없어 마이크를 옷에 달기도 한다. 이와중에 작품은 검열대에 오르고, "평양랭면이 먹고 싶다"는 연출은 빨갱이로 몰린다. 급기야 공연 중단 명령이 내려지만, 뮤지컬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뮤지컬 특유의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극중 연출과 배우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연을 올린다. "이제 와서 못 할 게 뭐야,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간다"는 메시지처럼 팍팍한 현실 속에서 긍정의 기운을 북돋는다. 황무지 같던 K뮤지컬이 브로드웨이도 인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설프고 엉망이어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앞선 세대의 용기와 도전 덕분이라는 울림이 남는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뮤지컬을 다룬 작품인 만큼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 속 넘버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극중 가수가 트로트풍의 창작 넘버 '바람아 불어라'를 부를 때는, 호응을 유도하는 무대 위 팻말을 따라 관객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치며 196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무대연출은 다소 아쉽다. 배경은 자주 바뀌는데 LED(발광다이오드) 화면에 주로 의존해 심심한 느낌이 든다. 예술가를 꿈꾸는 두 주인공의 서사를 강화하면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더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유덕한 실장 역은 박성훈·이창용, 김영웅 연출 역은 이승재·조형균이 맡는다. 공연은 오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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