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베르크 심포니의 이번 내한 공연은 최근 클래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의 현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흐루샤는 현재 밤베르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이자, 2025/26 시즌부터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인, 그야말로 ‘앞으로 자주 볼 수 없게 될’ 지휘자다. 그는 이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초청받으며, 다음 세대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공연. / 사진출처. 빈체로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공연. / 사진출처. 빈체로
밤베르크 심포니와 흐루샤는 지난달 31일 성남아트센터와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난 1일 프로그램은 악단의 연주력과 지휘자의 해석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날 공연 1부에는 김봄소리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들었던 그녀의 어떤 연주보다도 완성도 높은 해석을 선보였다. 김봄소리는 최근 야쿠프 흐루샤와 함께 ‘브루흐&코른골트’ 음반을 발매했는데, 아무래도 음반 작업을 마친 직후의 연주여서인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놀랍도록 훌륭했다. 특히 1악장과 2악장의 음악이 서정적이고 감정적 밀도가 높았다. 모든 것이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연주하고 있다. / 사진출처. 빈체로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야쿠프 흐루샤 & 밤베르크 심포니>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연주하고 있다. / 사진출처. 빈체로
감정의 흐름이 효과적으로 들릴 수 있었던 점은 지휘자의 섬세하고 치밀한 조율 덕분이었다. 흐루샤는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역할을 넘어,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호흡의 결을 놓치지 않고 조율했다. 프레이즈의 길이, 루바토의 타이밍, 음색과 음량 조절까지 모든 것이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연주가 감정적으로 몰입되어 있으면서도 그 흐름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던건 바로 이 정교한 통제와 조율 덕분이었다.

김봄소리는 협연 무대 이후 짧은 앙코르 형식으로 두 곡을 들려주었다. 첫 곡은 폴란드 작곡가 그라지나 바체비치(Grażyna Bacewicz)의 폴란드 카프리치오소로, 김봄소리는 곡에 앞서 자신이 바체비치 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 훌륭한 작곡가의 음악을 더 많은 청중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봄소리와 흐루샤가 절제된 하모니로 빚어낸 브루흐 1번
이어 연주한 두 번째 앙코르곡은 더욱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선곡이었다. 밤베르크 심포니 제2바이올린 단원이자 김봄소리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는 가브리엘레 캄파냐가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을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버전으로 편곡해 김봄소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김봄소리는 이 편곡을 직접 연주하며, 그 고마움을 음악으로 답했다. 편곡은 원곡의 우아한 선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섬세한 꾸밈음과 화려한 기교를 덧붙여 독주자의 기량이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연달아 연주된 2개의 앙코르곡은, 단순한 앙코르를 넘어, 협연자와 동료 연주자 간의 교감, 그리고 개인적인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특별한 무대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2부에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야쿠프 흐루샤가 밤베르크 심포니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며,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얼마나 명확히 구현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순간이었다. 전체적으로 리듬은 짧고 단호한 호흡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과도한 감정에 기대지 않고 구조적 완결성을 목표로 하는 해석이 두드러졌다. 특히 2악장은 일반적인 연주보다 빠른 템포로 연주되었는데, 그 안에서 서정성과 긴장은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되어 표현되었다. 또 섹션간 밸런스가 아주 뛰어났는데, 빠르기나 음량, 음색의 변화가 있어도 각 악기의 밸런스가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었다. 흐루샤는 이 곡이 단순히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하나의 음악적 구조물이라는 점을 설파했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왼쪽)와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오른쪽). / 사진출처. 빈체로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왼쪽)와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오른쪽). / 사진출처. 빈체로
또 흐루샤는 거장의 무게감을 억지로 흉내 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지휘하는 음악의 구조와 흐름, 감정과 형식의 균형을 끝없이 고민하며, 결국 청중 스스로가 ‘이 곡이 왜 위대하고 재밌는지’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