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절벽에 금리 인하했지만…"너무 빨리 내리면 집값 자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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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장률 전망 1.5→0.8%…기준금리 年 2.5%로
"코로나 때 실수 반복 안돼"
'매파'로 해석된 인하 결정
"코로나 때 실수 반복 안돼"
'매파'로 해석된 인하 결정
◇ “코로나19 때 한 실수 경계해야”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상세하게 설명했다.그는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경기 부양보다 주택 등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이 흐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코로나19 때 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 위기 상황과 달리 지금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상황을 예로 들면서 “당시는 부도가 속출하며 금융경색 현상이 일어나 돈이 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금리 인하가 불러올 수 있는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한은이 경기 부진에 더 과감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는 발언과 온도차가 있다.
이 총재는 “특히 건설경기 중 주택경기, 주택경기 중에서는 지방주택이 굉장히 많이 공급된 후 지금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나빠진 것”이라며 “(바닥을 치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부양하지 않아도 하반기 이후 건설 경기가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 “하반기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커졌다. 이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시장은 하반기 기준금리가 최대 두 차례 인하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연내 8월과 11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다만 시장은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예상되는 확장재정과 건설 경기 부양 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활동 반경이 제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갈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때처럼 기준금리가 연 1%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당분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세 차례 이상 인하될 수 있다는 심리가 시장에 있었는데, 그런 기대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하락세를 보이던 국고채 금리는 이 총재 기자간담회 직후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27%포인트, 10년 만기 국고채는 0.054%포인트 올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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