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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예보기금에 달러 쌓아 환손실 방어…우량채권 비중 80%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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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30년 만에 포트폴리오·운용 방식 손질

    예금보호 상향 앞두고 조치
    은행 파산 대비해 쌓는 기금
    예금에 50% 가량 묶여 있어
    은행 부실해지면 덩달아 위험
    예금 대신 국공채 비중 확 늘려

    안전판 역할 제대로 하자
    원화로만 예치…환위험에 취약
    외화적금 증가 맞춰 달러 비중↑
    MMF도 늘려 시장 탄력 대응
    정부가 예금보험기금 운용 방식을 대폭 손질하기로 한 것은 현재 방식이 ‘예금자 보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은행이 망할 때를 대비해 존재하는 예보 기금 중 상당수가 은행 예금에 보관된 코미디 같은 상황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늘어나는 외화예금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첫 달러 기금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치에 따라 예금 간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달러 예금 사상 최대

    19일 금융당국 및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20년 98조5000억원 수준이던 외화 부보예금(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은 이듬해 사상 첫 100조원 문턱을 넘어섰다. 가계 및 기업에 달러 예금 수요가 대폭 늘어난 데다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가 증가하면서다.
    [단독] 예보기금에 달러 쌓아 환손실 방어…우량채권 비중 80% 이상으로
    2023년 증가세가 한풀 꺾인 외화예금 규모는 작년 한 해 10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부가 ‘달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달러 확보에 나선 예보는 지난달 말 기준 5000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7년까지 총기금의 10%를 달러로 채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점차 늘어나는 예보 기금 규모를 감안할 때 2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사들이 외화예금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운용 방식 손질에 영향을 미쳤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은행까지 외화 적금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주식 투자 못지않게 외환 투자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외화 관련 금융상품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 금융 환경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 기금 운용 채권에 올인

    예보는 예금 중심 기금 운용 기조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순식간에 은행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금융권의 긴장감을 반영해서다. 1995년 예보 설립 이후 줄곧 예보 기금의 절반이 은행 예금에 보관돼왔다. 안전한 은행에 맡겨 쏠쏠한 이자를 얻겠다는 취지였다.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30년가량 흘렀지만, 최근 들어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예금이 지급되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예보가 전체 기금에서 예금 운용 비중을 대폭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이유다. 예보에 따르면 불과 수년 전까지 전체 기금의 예금 비중은 50% 안팎을 유지했다. 2022년에도 예금 비중은 47.5%나 됐다.

    최근 들어 기금 포트폴리오를 대폭 손질하면서 예금 비중은 11.0%(4월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대신 채권 비중은 82.0%로 높아졌다. 나머지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운용 대기 자금에 배분됐다. 예보 관계자는 “늘어난 운용 채권은 국공채, 특수채 등 우량 채권으로 채웠다”며 “예금 비중을 지속해서 축소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올 9월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 기금 운용 방식이 또 한 차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도 상향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 경우 불어난 예금만큼 예보 기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보예금이 2000조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기금을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선진화 조치”라면서도 “운용 방식 변화가 결과적으로 소액 예금자의 실질적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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