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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원 불신 자초한 사법부 2인자의 즉시항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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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과 관련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천 처장은 그제 “14일까지 즉시항고가 가능하며,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할 때 구속 기간 산입을 ‘날짜’가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데 대해 “법관의 자의적인 법률 해석”이라고 비판한 야당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천 처장은 “재판부가 학설의 여러 견해 중 절차적으로 가장 엄격한 입장을 채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검찰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확립된 법률의 규정이나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인 만큼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급 법원에서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도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2인자이자 대법관이기도 한 그의 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암시를 주거나 다른 법원에 일종의 지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은 이에 앞서 즉시항고를 하면 위헌이 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해 이 사안을 본안(재판)에서 다투기로 하고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천 처장이 즉시항고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검찰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 처장의 발언에 고심하던 검찰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천 처장은 12·3 비상계엄 직후 국회 답변에서도 “위헌적 군 통수권 행사”라고 단정 지은 바 있다. 본인의 의도와는 다를지 몰라도 한쪽 편만 들어준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는 와중에, 사법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인사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정한 판결 못지않게 법관들의 신중한 언행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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