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책마을] 산 자들의 무덤이 된 콩고 코발트 광산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발트 레드

    싯다르트 카라 지음 /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 368쪽|2만3000원

    콩고 광산 노동 현장 리포트
    뙤약볕에서 10시간씩 일해도
    하루 일당은 기껏해야 2달러
    세계 코발트 75% 산지가 콩고

    산업재해에도 무방비로 노출
    "우린 무덤 속에서 일하고 있다"
    콩고 콜웨지의 샤바라 광산에서 사람들이 코발트 광석 자루를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콩고 콜웨지의 샤바라 광산에서 사람들이 코발트 광석 자루를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리는 우리 무덤 속에서 일하고 있소.”

    갱도 붕괴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 소년의 아버지가 말했다. 사고를 당한 뤼시앙은 15세 때 콩고 남부 카술로에 있는 코발트 광산에서 일했다. 성인 남자와 10대 소년을 합쳐 50명 남짓 되는 인원이 60m가 넘는 지하 갱도에서 곡괭이로 터널을 파던 중 붕괴가 일어났다. 대부분 죽고 뤼시앙은 살아남았다. 수술은 겨우 한 번 받았다. 두 다리는 뼈가 으스러져 쇠막대기로 간신히 고정한 상태였다.

    [책마을] 산 자들의 무덤이 된 콩고 코발트 광산
    <코발트 레드>는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의 생생한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의 독성 환경에서 10시간씩 일해도 대부분 하루에 1달러 혹은 2달러를 버는 곳이다. 책을 쓴 싯다르트 카라는 영국학사원 글로벌 교수이자 노팅엄대 부교수다. 미국 뉴욕 메릴린치에서 투자 은행가로 일하던 그는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현대판 노예 제도’에 눈을 뜨게 됐고, 진로를 바꿔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대 노예제와 아동 노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코발트 레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콩고 광산 지역을 현장 조사한 결과물이다.

    고대부터 청색 안료를 만드는 데 쓰인 코발트는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 핵심 원재료다. 코발트 세계 생산량의 75%가 콩고에서 나온다. 콩고의 인권 침해와 아동 노동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와 아프리워치는 애플, 소니 등 대형 전자회사가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코발트가 아동 노동 착취의 산물은 아닌지 기본적인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산업계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연구했지만 글로벌 코발트 공급망의 최하위에서 벌어지는 것보다 더 극단적인 약탈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채굴엔 산업 채굴과 손으로 이뤄지는 장인 채굴이 있다. 산업 채굴은 대형 기계로 이뤄지지만 장인 채굴은 사람이 직접 터널을 파고 들어가 가치 없는 흙과 돌은 남겨두고 광석만 추출한다. 이런 장인 채굴은 산업 채굴보다 고등급 코발트를 t당 10~15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콩고 코발트 채굴의 30%가량이 장인 채굴로 이뤄지고 있다. 절충안으로 기계로 파낸 돌무더기 속에서 아이들이 가치 있는 광석을 골라내게 하는 방법도 쓰인다.

    책에 나오는 여성 노동자 프리실은 채굴장에서 함께 일하던 남편을 호흡기 질환으로 떠나보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아이를 가져보려 했지만 두 차례나 유산했다. 프리실은 이렇게 말한다. “내 아기들을 데려가 줘서 신께 감사합니다. 여기선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죠.” 터널 붕괴 사고로 부모를 잃은 15세 소녀 엘로디도 있다. 매춘하다가 아이를 낳게 됐고, 현재 채굴장에서 일하고 있다.

    책은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다. 저자가 콩고에서 만난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 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콩고에서는 매일 한 명의 어린이가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죽어간다고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임근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출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과 관련한 소식을 전합니다.

    ADVERTISEMENT

    1. 1

      [책마을] 한강부터 쿤데라까지…'푸른 뱀의 해' 돌아오는 거장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겠습니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지난달 스웨덴...

    2. 2

      [책마을] "숙박업도 혁신 가능"…日 호텔왕의 성공기

      숙박업은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것도 매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수십 년째 가업으로 운영해 온 곳이라면 더 그렇다. 호시노 리조트는 그 통념을 깬 기업이다. 윤경훈 류쓰케이자이대 교수가 경영 칼럼니스트 전복선과 ...

    3. 3

      [책마을] 'AI 커버곡' 수익, 누구한테 가야 하나

      유튜브에 ‘인공지능(AI) 커버곡’ 영상이 유행이다. AI에 유명인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최신곡을 부르게 하는 콘텐츠다. AI 임재범, AI 김광석, AI 박효신 등 음색이 독특한 가수의 커버곡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