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는 재즈의 순간, 드로잉으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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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재즈
새로운 시각에서 듣고 보고 느끼고, 그려본 재즈
새로운 시각에서 듣고 보고 느끼고, 그려본 재즈

문래동의 작은 지하, 서로의 세계에 몰입하는 창작자와 뮤지션의 전념이 뜨겁게 가득 차 있다.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Jazz! Draw! All at once : 우리의 재즈’ 세션에서는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으며 세션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재즈 드로잉을 완성해 냈다. 단순히 뮤지션들을 ‘보고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주는 음악적 영감과 마음에 떠오르는 무형의 것들을 그려냈다.


피상적으로는 재즈 공연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종래의 재즈 공연과 확연히 다르다. 앉아서 음악을 그저 듣기만 하던 수동적인 관객은 없다. 참여자들은 음악을 듣고, 느끼고, 마음에서 떠오르는 형상을 잡아내고, 그것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표출하는 또 다른 예술가로서 공연장에 함께 자리한다.

게다가 공연 진행하는 동안 손뼉을 치는 관객이 없었다. 그 대신 참여자들은 두 시간가량 깊이 몰입하며 자신들의 그림으로 그들의 연주에 화답했다. 뮤지션들 또한 자신을 그려내 준 이들을 보며 음악으로 더 풍성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재즈를 해내며, 서로의 재즈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진정한 ‘우리의 재즈’가 이루어진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서로가 만들어낸 재즈의 여운이 이어졌다. 그려낸 그림을 펼쳐두고 함께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의 형태적인 측면, 표현법적 기술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 깊게,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누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뮤지션의 형태를 그려내기도 했고, 누군가는 음악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어떤 추상적 색깔을, 또 누군가는 음악이 자신을 데려가 준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을 그려냈다. 재즈 음악을 매개로 하여 단순히 그림을 멋지고 예쁘게 그려야 하는, 혹은 대상을 똑같이 따라 그려야 한다는 고루한 인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참여자들은 재즈가 주는 즉흥적 에너지를 통해 틀을 깨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재즈바에 앉아 그저 음악을 듣고 손뼉을 치는 것은 재즈를 즐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재즈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기에 다소 일차원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타성에 젖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지금의 사회에서, 재즈는 하나의 돌파구로서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고 감상 될 필요가 있다. 이전의 몇십 년 동안 이어진 오랜 수동적 감상의 방식은 새로운 변화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50대의 한 참여자는 이번 세션을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재즈 음악이 가져다준 영감을 즐기면서 자신이 그때 느끼는 감정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방법을 다시금 떠올렸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의 대표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