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 리더 호넥 "강렬한 앙상블이 사운드의 비결이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빈 필 악장 라이너 호넥 인터뷰
1992년 이후 32년째 빈 필하모닉 악장으로 활약
17~18일 김선욱 예술감독의 경기필하모닉과 호흡
협연자·악장으로 무대 설 것
1992년 이후 32년째 빈 필하모닉 악장으로 활약
17~18일 김선욱 예술감독의 경기필하모닉과 호흡
협연자·악장으로 무대 설 것
왈츠의 도시이자 모차르트의 음악적 고향….
'클래식의 심장' 오스트리아 빈의 상징과도 같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유려하고 화사한 음색과 탁월한 연주 기량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악단이다. 빈 필의 특색있는 소리와 음악적 해석은 18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단원들에 의해 보존되고 발전해왔다.
최근 반세기 동안 그 중심에 악장 라이너 호넥(63)이 있었다. 그는 1981년 빈 국립 오페라와 빈 필하모닉 단원으로 들어와 1984년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콘서트 마스터(악장)으로 승진했고,1992년부터 빈 필하모닉 악장으로도 승진해 3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임지휘자가 없는 빈 필에서 그가 사실상 음악적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빈 필하모닉 악장 호넥이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솔리스트로 찾는다. 또, 객원 악장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17~18일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의 무대에서다. 한국에 올 채비를 하고 있는 호넥을 서면으로 만났다. "다음 세대에 소리 전하는 것이 의무"
호넥은 스스로를 "음악을 이끄는 리더 혹은 조언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만의 좋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 (빈 필 단원들의) 의무"라며 "빈 필은 특히 상임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악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베테랑 악장인 호넥에게 '악장의 자질'을 묻는 건 더할나위 없이 적절해 보였다. 익숙한 질문인 듯 그는 답변을 이어갔다. "악장은 우선 솔리스트로도 훌륭한 연주자여야 합니다. 다양한 솔로 작품에서도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대표해야 하죠. 그런 다음 전체 바이올린 섹션과 다른 모든 그룹을 이끌 수준이 돼야 합니다."
이어 오케스트라 리더의 자질로 '타이밍 감각'을 강조했다. "오페라나 발레 음악에서는 멀리 떨어진 가수, 합창단, 무용수 등과 함께 연주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지휘자에게 도움이 돼야 해요. 빼어난 유연성이 필요하죠. 심리적인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다양한 음악적 견해에 대해 개방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긴장을 낮추고 직장 생활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어요.(웃음)"
'황금빛' '벨벳' 등으로 수식되는 빈 필의 특별한 사운드에 대해서는 '강력한 앙상블‘을 비결로 꼽았다. "흔히 악단의 사운드라 하는 것은 노래를 표현하고 있는 악기들의 소리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빈 국립 오페라에서 오페라를 연주하면서(빈 필 단원 상당수가 빈 국립 오페라에서도 연주한다) 항상 통일된 사운드를 추구한 결과입니다. 모든 연주자가 사운드에 기여해야 하지만, 아무도 두드러지면 안되지요."
협연자·악장으로 내한
그는 경기필과의 무대에서 1부에서는 협연자로, 2부에서는 객원 악장으로 합류한다. 그의 솔리스트 연주도 들어볼 수 있는 셈이다. 호넥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등 수많은 거장과 협연하며 세계적인 솔리스트로도 활동해 왔다. 이에 대해 그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일 외에도 항상 솔로 콘서트와 리사이틀을 하려고 노력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한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필과의 협연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들려준다. 궁극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로 꼽히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베토벤의 혁신성이 드러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호넥은 "이 곡을 '바이올린 협주곡의 왕'이라고 말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곡에는 신성하면서도 순수한 면모가 있고, 모든 음표가 투명하고 중요해 아무것도 속일 수 없어요." 김선욱과의 호흡에도 기대를 표했다. "그(김선욱이)가 예루살램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게 전부이지만, 그때부터 음악적으로 잘 맞을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무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2부에서 들려주는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에서는 호넥의 솔로 파트를 들어볼 수 있다. 전체 6부로 이뤄진 영웅의 생애는 R. 슈트라우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악장이 맡은 바이올린 솔로 파트를 통해 '연인'을 표현했다. 3부에 중점적으로 등장하는 악장의 솔로는 R. 슈트라우스가 실제로 그의 아내의 변화무쌍한 성격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악장의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여성의 다양한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중들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고, 행복하고, 감상적이고, 감정적이고, 격노하는 순간까지 느껴야 합니다."
카라얀 기억 남아…전통과 새로움 밸런스가 과제
빈 필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호흡해온 그는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고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말뫼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을 ‘스탠딩 바이올리니스트'(Stehgeiger)로 지휘하게 된 게 계기였다.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한 슈트라우스 역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를 동시에 맡은 바 있다.
"수많은 지휘자들과 교향곡과 오페라를 하면서 바이올린 파트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음악을 보는 관점과는 다르더군요. 지휘자로서 음악 전체를 더 정확히 배우고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악보를 정확히 보고, 작곡가의 의도를 발견하는 경험을 모든 젊은 연주자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
빈 필에서 만난 역사적인 거장들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었다. 그가 언급한 인물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베를린필 상임 지휘자로 유명한 카라얀은 빈 필과도 자주 호흡했다. "카라얀과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할 때, 그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음악적 아름다움과 소리의 색, 엄격한 리듬 등 같은 것을 강조했어요. 그의 음악적 아이디어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클래식의 심장' 오스트리아 빈의 상징과도 같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유려하고 화사한 음색과 탁월한 연주 기량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악단이다. 빈 필의 특색있는 소리와 음악적 해석은 180년이 넘는 세월을 거쳐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단원들에 의해 보존되고 발전해왔다.
최근 반세기 동안 그 중심에 악장 라이너 호넥(63)이 있었다. 그는 1981년 빈 국립 오페라와 빈 필하모닉 단원으로 들어와 1984년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의 콘서트 마스터(악장)으로 승진했고,1992년부터 빈 필하모닉 악장으로도 승진해 3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임지휘자가 없는 빈 필에서 그가 사실상 음악적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빈 필하모닉 악장 호넥이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솔리스트로 찾는다. 또, 객원 악장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17~18일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과의 무대에서다. 한국에 올 채비를 하고 있는 호넥을 서면으로 만났다. "다음 세대에 소리 전하는 것이 의무"
호넥은 스스로를 "음악을 이끄는 리더 혹은 조언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만의 좋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 (빈 필 단원들의) 의무"라며 "빈 필은 특히 상임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악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베테랑 악장인 호넥에게 '악장의 자질'을 묻는 건 더할나위 없이 적절해 보였다. 익숙한 질문인 듯 그는 답변을 이어갔다. "악장은 우선 솔리스트로도 훌륭한 연주자여야 합니다. 다양한 솔로 작품에서도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대표해야 하죠. 그런 다음 전체 바이올린 섹션과 다른 모든 그룹을 이끌 수준이 돼야 합니다."
이어 오케스트라 리더의 자질로 '타이밍 감각'을 강조했다. "오페라나 발레 음악에서는 멀리 떨어진 가수, 합창단, 무용수 등과 함께 연주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지휘자에게 도움이 돼야 해요. 빼어난 유연성이 필요하죠. 심리적인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다양한 음악적 견해에 대해 개방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긴장을 낮추고 직장 생활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어요.(웃음)"
'황금빛' '벨벳' 등으로 수식되는 빈 필의 특별한 사운드에 대해서는 '강력한 앙상블‘을 비결로 꼽았다. "흔히 악단의 사운드라 하는 것은 노래를 표현하고 있는 악기들의 소리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빈 국립 오페라에서 오페라를 연주하면서(빈 필 단원 상당수가 빈 국립 오페라에서도 연주한다) 항상 통일된 사운드를 추구한 결과입니다. 모든 연주자가 사운드에 기여해야 하지만, 아무도 두드러지면 안되지요."
협연자·악장으로 내한
그는 경기필과의 무대에서 1부에서는 협연자로, 2부에서는 객원 악장으로 합류한다. 그의 솔리스트 연주도 들어볼 수 있는 셈이다. 호넥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등 수많은 거장과 협연하며 세계적인 솔리스트로도 활동해 왔다. 이에 대해 그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일 외에도 항상 솔로 콘서트와 리사이틀을 하려고 노력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대한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필과의 협연에서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들려준다. 궁극의 바이올린 레퍼토리로 꼽히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베토벤의 혁신성이 드러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호넥은 "이 곡을 '바이올린 협주곡의 왕'이라고 말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곡에는 신성하면서도 순수한 면모가 있고, 모든 음표가 투명하고 중요해 아무것도 속일 수 없어요." 김선욱과의 호흡에도 기대를 표했다. "그(김선욱이)가 예루살램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게 전부이지만, 그때부터 음악적으로 잘 맞을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번 무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2부에서 들려주는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에서는 호넥의 솔로 파트를 들어볼 수 있다. 전체 6부로 이뤄진 영웅의 생애는 R. 슈트라우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악장이 맡은 바이올린 솔로 파트를 통해 '연인'을 표현했다. 3부에 중점적으로 등장하는 악장의 솔로는 R. 슈트라우스가 실제로 그의 아내의 변화무쌍한 성격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악장의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여성의 다양한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중들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고, 행복하고, 감상적이고, 감정적이고, 격노하는 순간까지 느껴야 합니다."
카라얀 기억 남아…전통과 새로움 밸런스가 과제
빈 필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호흡해온 그는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고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말뫼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을 ‘스탠딩 바이올리니스트'(Stehgeiger)로 지휘하게 된 게 계기였다.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한 슈트라우스 역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를 동시에 맡은 바 있다.
"수많은 지휘자들과 교향곡과 오페라를 하면서 바이올린 파트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음악을 보는 관점과는 다르더군요. 지휘자로서 음악 전체를 더 정확히 배우고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악보를 정확히 보고, 작곡가의 의도를 발견하는 경험을 모든 젊은 연주자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
빈 필에서 만난 역사적인 거장들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었다. 그가 언급한 인물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베를린필 상임 지휘자로 유명한 카라얀은 빈 필과도 자주 호흡했다. "카라얀과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할 때, 그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도 음악적 아름다움과 소리의 색, 엄격한 리듬 등 같은 것을 강조했어요. 그의 음악적 아이디어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