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차! 송금 실수를 했다면
대학생 수정씨(가명)는 지난달 낼 월세 50만원을 잘못 송금해 원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얼마 전 이사 와서 월세를 보내려는데, 아차 하는 순간 이전 집주인에게 잘못 보낸 것이다. 사정해봐도 돌려줄 생각이 없고, 50만원을 되찾으려 100만원 가까이 들여 소송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예금보험공사의 ‘잘못 보낸 돈 되찾기 서비스’를 통해 제때 돌려받아 낭패를 면했다.

핀테크의 일상화로 스마트폰 몇 번의 클릭만으로 빠르게 송금할 수 있게 되면서 수정씨와 같은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연간 잘못 송금한 건은 2017년 12만 건에서 2023년 27만 건으로 약 2.3배, 금액은 2676억원에서 5222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이체 전에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아 발생했다. 계좌번호 한 자리를 잘못 누르거나 송금액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실수가 가장 많았다.

예금보험공사는 2021년 ‘잘못 보낸 돈 되찾기 서비스’를 도입해 지난 3년간 1만793명에게 134억원을 돌려줬다. 2024년부터는 지원 금액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고, 지방 거주자와 고령자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해 불편이 없도록 했다. 서비스 지원 금액을 1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도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한 송금 실수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여러 대책이 마련됐다. 영국의 은행들은 2019년 계좌번호와 수취인을 비교해 확인하는 수취인확인서비스(CoP: Confirmation of Payee)를 도입하고 유럽연합(EU)은 2018년, 미국은 2021년 송금 실수에 대해 소비자가 해결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와 이에 따른 금융회사의 책임을 법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같이 대부분 나라에서는 송금 실수를 개인과 금융회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입해 송금 실수를 해결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예금보험공사는 2021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발표를 시작으로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 회의를 통해 한국 모델의 우수함과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송금 실수 원인과 피해 소비자의 데이터를 축적·분석해 금융 소비자 보호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음주 후 송금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소주병 레이블 광고와 민간 보험사와의 협력을 통해 반환지원비용을 보상해줄 수 있는 보험상품도 개발했다. 앞으로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 소비자의 행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구제 제도 마련에 힘써 금융 소비자 보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