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어쩐지 맛있더라니…회장님만 아는 '비법' 있었다 [영상]
경북 영양군에서 청양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임천섭 씨는 농사를 지은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2년 전부터 국내 치킨 브랜드와 치킨 소스 생산을 위한 계약재배를 시작하면서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고 나면 새벽부터 일찍 60km 넘게 떨어진 안동 시내 공판장까지 나가 고추를 팔아야 했지만, 계약재배를 하면서부터는 판로 걱정없이 농사만 짓고 있다. 치킨업체에서 정해진 물량을 매년 사주는 데다가 물건을 직접 가지러 농가에 들르기 때문이다. 임씨는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농사 지은 고추로 만든 치킨을 사먹으라고 이야기한다”며 “품질 유지에 품을 들일 여유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 비에이치앤바이오와 청양홍고추를 계약재배하고 있는 경북 영양군 임천섭 씨.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 비에이치앤바이오와 청양홍고추를 계약재배하고 있는 경북 영양군 임천섭 씨.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충북 단양군에서 농사를 짓는 서용혜 씨도 작년부터 청양홍고추를 납품하고 있다. 처음엔 앞으로 고추 가격이 오르면 어떡하나 싶어 계약재배를 망설였지만 주변 어르신이 “젊은 농부들은 코 앞만 본다”며 적극 추천했다. 실제 계약재배를 해보니 공판장에서 가격으로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정산 주기도 일정해 생활이 안정됐다. 서씨는 “게으름 안피우고 농사만 잘 지으면 수익이 나오니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교촌치킨과 계약을 맺고 청양고추를 납품하는 농민들이다. 교촌치킨은 지난 3년간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등 총 3825톤(t)에 달하는 우리 농산물을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며 지역 농가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6일 교촌치킨 소스회사인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를 방문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소스 생산과정을 들여다 봤다.

치킨업계 유일 ‘소스 생산시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충북 진천 덕산읍 15375㎡의 부지에 연면적 9392㎡ 규모로 2017년 조성됐다. 연간 최대 12465톤의 소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교촌치킨 대표 소스는 물론 국내 주요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자개발생산(ODM) 소스 2000여종의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컵 포장기, 파우치 포장기 등 5종(10대)의 충진설비와 10대의 배합탱크를 보유하고 있어 하루에 30~40t 소스를 생산한다.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전경.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전경.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간장·레드 등 교촌치킨 소스 레시피는 극소수 인원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130년이 넘게 철저하게 제조법을 비밀에 부쳐 온 코카콜라 사례와 유사하다. 교촌치킨 내부에선 우스갯소리로 소스 제조법은 권원강 회장만 알고 그의 아내도 일부만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누구도 교촌치킨의 맛을 흉내낼 수 없는 게 오랜 기간 국내 최대 치킨업체를 운영해 온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대량 생산을 하면서도 이같은 비밀 레시피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공장의 자동화 설비에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위생에 특화된 ‘물 없는 공장’을 표방한다.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시설을 갖춰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최첨단 자동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한다는 게 교촌치킨 측의 설명이다.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스들은 대부분 ‘비가열 공법’으로 만들어진다. 비가열 공법은 원물의 영양손실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촌치킨의 매운맛 ‘레드 소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청양 홍고추를 가열하지 않고 직접 짜내 매운맛을 낸다.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바이 중국 대만 등 교촌치킨 해외 매장에서 파는 치킨에 포함된 소스도 이 곳에서만 제조한다.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충북 진천 비에이치앤바이오 공장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품질혁신본부 상무는 “유통기한이 가열공법에 비해 짧고 제조 원가는 비싸지만 국내산 프리미엄 식재료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청양홍고추를 직접 착즙하는 등의 비가열 제조공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스 재료 구하러" 전국 방방곡곡 산지 찾아

최상의 소스를 생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품질의 재료. 교촌치킨은 소스 재료 하나하나 비에이치앤바이오 직원들이 전국 방방곡곡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원재료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양고추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표 산지 충남 청양은 물론 경기 여주·이천부터 강원 원주·인제·홍천, 충북 단양, 경북 영양, 전북 정읍, 전남 해남까지 청양홍고추 산지 농가를 발굴해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원재료 수급처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 계약한 이유는 장마나 태풍 등 기후 환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추석을 지나면서 붉은고추 가격은 100g당 2500원(지난 27일 기준 2543원)을 넘어섰다. 전월(1871원)에 비해 35.9% 뛰었다. 평년(1586원)보다는 60.3% 급등했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김명득 비에이치앤바이오 구매자재팀장은 “고추는 산지와 출하 시기를 까다롭게 따져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면서 “최근 매운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감소하고 있어 원활하게 청양홍고추를 납품할 수 있는 농가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교촌 비에이치앤바이오가 최근 3년간 매입한 청양홍고추는 총 2800t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58%)이 계약재배 물량이다. 간장소스에 사용하는 마늘(최근 3년간 약 700톤)이나 허니소스에 쓰이는 아카시아꿀(최근 3년간 약 315톤) 등 각 소스에 쓰이는 식재료 대부분을 국내 농가에서 직접 수급한다.

납품 후 2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해 농가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줬다. 생산품은 지역농협 등을 통해 직접 운송하기 때문에 납품 시 세척, 선별, 건조, 포장 등의 작업을 생략할 수 있다. 농가들의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류 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와 함께 농자재 지원 혜택 등을 제공해 계약재배 농가의 기술력을 높이고 방제 장비 개발 등을 통해 수확량을 늘리는 데도 기여 중이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교촌은 치킨소스를 제조하기 위해 우리 농산물 상당량을 계약재배로 들여와 지역 농가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며 “33년간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교촌치킨 소스의 원천에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교촌의 경영철학인 ‘진심경영’이 담겨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진천(충북)=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