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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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이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인정했다.

25일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를 찾아 유세한 후 MSNBC방송과의 단독 인터뷰를 가진 해리스 부통령은 "그 시스템을 고칠 필요가 있다"면서 국경 보안요원 1500명을 추가로 선발해 펜타닐 유입을 막고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경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적합한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겠다"며 이민자 정책 전반을 손질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제를 계속 끌고 가면서 정치적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자신은 문제를 고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맥도날드에서 일한 경험 등을 언급하며 '보통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중산층 중심의 '기회경제'를 펴겠다고 하면서 "1억명 미국인에게 세금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육과 노인요양 비용을 지원해서 자녀와 부모 세대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낀 세대(샌드위치 세대)'를 돕겠다고도 약속했다. 기존에 발표한 300만채 주택 건설 및 최초 주택 구매시 2만5000달러 지원 등을 통한 주택정책도 거듭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자신은 "자본주의자"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강력한 지지자라며 '자유'보다는 '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업이 규칙을 지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정경쟁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내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S스틸이 있는 철강산업의 도시에서 '노동자의 한표'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미국 투자기업에 법인세 인하(15%)를 약속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거대 기업과 억만장자들이 공정한 몫(fair share)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다른 이들을 위한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바가지' 가격을 단속해서 물가를 끌어내리겠다고도 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투자도 해리스 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이었다.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승리해야 한다"고 밝힌 그는 바이오·항공우주·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블록체인·청정에너지 기술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혁신은 미국 노동자들에 의해 여기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런 미래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 선거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오 등 최첨단 분야에서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10년간 약 1000억달러(약 133조원)가 소요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WSJ는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해리스 캠프가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를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스타트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현재 5000달러에서 5만달러로 10배 늘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 혹은 무이자 대출을 통해 창업과 성장을 돕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임기 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창업 신청이 2500만건까지 늘어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