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맞은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이제 음악가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충렬 사진작가
서른을 맞은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이제 음악가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충렬 사진작가
음악가의 인생에서 30대는 정답이 없어지는 나이다. 20대까지는 대부분 ‘콩쿠르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한다면 30대부터는 연주자로서 자신만의 색을 본격적으로 찾아가기 때문이다. 올해 서른이 된 피아니스트 신창용도 새 챕터의 길목에 서 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파지올리 쇼룸에서 만난 신창용은 “음악가로서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해외 악단과 한국에서 첫 협연

새로운 길목에 있기 때문일까. 올해 그에게는 유독 새로운 일이 많다. 그중 하나가 체코 브르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해외 악단과 국내 무대에서 호흡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서울 롯데콘서트홀(10월 2일)을 비롯해 경북 안동시, 광주광역시 등 세 개 도시를 거치는 이번 무대에서 그가 들려줄 곡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이 곡을 연주하는 것 또한 이번 무대가 처음이라고 했다. “어떤 곡을 무대에 처음 올릴 때가 연주자로서 가장 긴장돼요. 그만큼 그 어느 때보다 프레시하죠. 제 음악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진솔한 순간이거든요.”

이 곡은 수많은 노트와 까다로운 테크닉으로 연주자들 사이에서 ‘난곡’으로 꼽힌다. 그는 “체력적·기술적으로도 까다롭지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어려운 작품”이라고 했다. “음악 전체가 한 호흡으로 가기 때문에 숨 돌릴 틈이 없어요. 45분 동안 음악의 흐름을 맹렬히 유지하며 노래해야 하죠.”

공연장이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2016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데뷔한 이후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계에서 그는 ‘공연장이 사랑하는 연주자’로 통한다. 친근하고 경쾌한 성격 덕분에 음악가들 사이에서 발이 넓을 뿐 아니라 공연장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고. “의외로 낯을 가린답니다(웃음). 주변 사람들과 친밀함이 생기다 보면 제 음악에 대해서도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에도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풍성한 선율감과 통통 튀는 리듬감, 감각적이고 순발력 넘치는 그의 음악에는 ‘생동감’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나름대로 직관적인 접근법이 생겨요. 거기에 제가 기존에 가진 색이 있잖아요. 그게 자연스레 섞이는 거죠.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몸으로 익히고 귀로 들으면서 쌓이는 거죠.”

콩쿠르·타국 생활로 성장

세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은 신창용의 연주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힐튼 헤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2016)는 미국에서 많은 연주 기회를 줬고, 서울국제음악콩쿠르(2017)는 한국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해줬다. ‘미국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2018)는 그에게 겸손함을 알게 해줬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걸 알아서 마음을 내려놓고 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겸손과 감사를 동시에 배웠죠.”

그는 12년 이상 미국 생활을 하며 정신적·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대를 앞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대, 줄리아드 음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해외에 있다 보니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제가 결정해야 하죠. 이런 점이 삶을 대할 때나 음악을 만들 때 모두 적용된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이제 시작’이라는 신창용은 방대한 피아노의 세계를 탐험 중인 듯했다. 일단은 제약 없이 넓어지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두루두루 잘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피아노는 레퍼토리가 방대해요. 이 넓은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걸 하고 싶어요. 그게 다 소스가 돼서 나중에 어떤 작품을 깊게 파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최다은 기자

피아니스트 신창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사는 오는 10월 2일 발간되는 ‘아르떼’ 매거진 5호(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