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노후 수도관 교체 및 정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요금 인상에 나선다는 한경 보도(9월 21일자)가 나왔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지난해 울산시에 이어 부산시, 광주시, 인천시 등이 올 4분기 수도료를 올릴 계획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12곳이 요금 인상 계획을 확정했으며 인상을 검토 중인 다른 기초 지자체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료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7~2018년부터 최근까지 동결돼 왔다. 주민 부담을 낮추고 물가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주민 표를 의식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다. 이후 인건비와 약품비 등이 뛰어 요금이 원가를 한참 밑도는 구조가 됐다. 수도료 현실화율은 2018년 80.6%에서 2022년 말엔 72.8%로 떨어졌다.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노후 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19년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한 해 줄줄 새는 수돗물이 팔당호 저수량의 4배로 7000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국 중 가장 싼 수도료는 물을 펑펑 쓰게 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022년 기준 305.6L로 2014년 대비 9.1% 늘었으며 세계 평균의 2.5배에 이른다. 한국은 강수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산악지형으로 물 관리가 어렵고 여름에 비가 집중되기 때문에 유엔이 ‘물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평소 물 낭비를 줄여 댐에 충분한 물을 비축하고 있지 않으면 겨울과 봄 가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전기와 도시가스 역시 왜곡된 가격 체계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전기는 2021년 2분기부터 원가 아래에서 공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41조원에 이르고 신규 원전 및 송배전망 투자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도시가스료 인상 억제로 인해 부채가 45조원으로 불었고 미수금은 14조원에 이른다. 이는 저절로 해결될 수 없으며 결국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공공 인프라 요금의 정상화를 서둘러야 하며 소비자들도 싼 요금만 계속 기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