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서울타워 갔다가 결국 피 봄"…남산에 무슨 일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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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인데'…여전히 모기 성행
기록적 폭염에 '가을 모기' 급증 전망
"기온 내려가면 모기 활동량 늘어난다"
기록적 폭염에 '가을 모기' 급증 전망
"기온 내려가면 모기 활동량 늘어난다"
"모기가 많아서 얼른 야경만 찍고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로 들어가려고 해요. 원래 추석 이후엔 모기가 확 줄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19일 저녁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남산에서 만난 김근주(24) 씨는 "팔에 계속 모기가 붙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좀 전에 N타워로 올라오는 케이블카를 기다릴 때도 모기가 계속 달려들었다"며 "같이 온 여자친구는 벌써 한 방 물렸다"고 덧붙였다.
남산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9월 폭염에 따라 올해 가을 모기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의 온라인 민원창구 응답소에는 서울 남산 일대의 모기 방역을 요청하는 민원이 공개 민원사례로 소개됐다. 작성자는 남산 N타워 정상 일대와 케이블카 탑승장 등 구체적인 위치를 언급하며 정기적인 모기 방역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여름보다 더 많아진 듯"…'모기 천국' 남산 직접 가보니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시내에 있는 53개 유문등(불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채집기)을 통해 채집된 모기는 총 554마리로, 전주 대비 77마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주차(25일~30일)와 비교하면 무려 91%가량 증가한 수치다.이날 N서울타워가 위치한 남산 정상으로 이동하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중에도 건물 실내 곳곳에 모기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 정상에서도 밝은 조명이 있는 곳 인근에선 어김없이 쉽게 모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30대 직장인 권모 씨는 "운동 삼아 매주 2번씩 남산에 오른다"며 "이번 여름에도 올 때마다 모기에 항상 2~3방씩은 물리고 내려갔는데, 최근까지도 모기가 여전히 많아 성가시다. 오늘은 하체 쪽이 간지러운 걸 보니 아무래도 또 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 시민은 남산 정상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모기로 인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그는 "날씨가 더워서 모기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며 "도저히 찝찝해서 여기에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5개월째 야간 보안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는 20대 송모 씨는 "오히려 한 여름보다 최근에 모기가 더 많아진 느낌이 든다"며 "특히 퇴근 시간에 남산 안내센터 앞 버스 정류장에서 모기에 엄청나게 물린다. 많이 물릴 땐 그곳에서만 5방 이상 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발 약 270m인 남산 정상에 있는 N서울타워는 반경 100m가 모두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흔히 '산모기'라고 부르는 한국숲모기, 흰줄숲모기가 주로 출몰한다. 이러한 모기들에 물리면 집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빨간집모기에 물렸을 때보다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산 정상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30대 업주 이모 씨는 "실외에서 음식을 파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각종 벌레로 인한 고충이 많다. 추석 전 기온이 오른 뒤 날벌레는 확실히 줄었는데 모기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남산에서 모기에 물린 부위는 훨씬 더 간지럽고, 붓는 부위도 넓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남산 정상 일대에 모기 방역은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행정적인 여건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방역 요청 민원에 대해 "모기 방역에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이 산림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익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모기 서식지가 광범위해 연막 방역으로는 모기 알이나 유충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 작업을 위해선 특수 장비와 약품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예방과 생활 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역 보건소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여러 행정 여건으로 지원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을 모기 이제 시작…모기 활동 일수도 점차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따라 앞으로 가을 모기가 더 본격적인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한경닷컴에 "모기는 보통 기온이 올라가는 7~8월에 대사 활동이 활발해 개체수가 많아지고, 8월 중순부터 활동량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올해엔 9월 초가을 평균 기온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가을 모기는 등장하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온이 내려가면 모기의 활동량이 다시 활발해지게 된다"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폭염에 따라 활동을 줄였던 모기들이 곧 활동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 "20년 전 뇌염모기가 5월 하순 처음 관측됐는데 최근엔 3월 하순에도 채집되고 있다. 모기의 활동 시점이 50일가량 앞당겨진 셈"이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모기들의 활동 양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