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2021년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1순위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라며 그 이유를 밝힙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저커버그 입에서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안 나오고 있습니다. 나오는 얘기는 오로지 AI 뿐입니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아예 포기한 걸까요?

'만년 적자' 메타버스 언급 않는 메타

사진=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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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사명을 바꾼지 1년째 되던 2022년 3분기 44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순이익이 반토막 난 가장 큰 원인은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의 40억달러 가까운 적자였습니다.

당연히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2022년 11월 메타 주가는 90달러대까지 떨어집니다. 1년 전 340달러선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난 것입니다.

메타가 꺼내든 카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였습니다. 2022년 11월에만 1만1000명을 해고했고, 4개월 뒤 1만명을 추가로 해고합니다. 리얼리티 랩스 부문의 정리해고는 작년 10월까지 이어집니다. 계속되는 적자, 곤두박질 치는 주가에 주주들은 분노합니다. 메타버스에 집착하는 저커버그 CEO에 대한 조롱도 이어집니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공개한 자신의 아바타가 유럽 랜드마크 앞에 있는 모습./ 호라이즌월드 캡처
마크 저커버그 CEO가 공개한 자신의 아바타가 유럽 랜드마크 앞에 있는 모습./ 호라이즌월드 캡처
특히 저커버그 CEO가 2022년 8월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의 유럽 출시를 발표하면서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 앞에 선 자신의 아바타를 공개한 게 결정타가 됩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조악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에 '올인(다걸기)'하는 것처럼 보였던 저커버그 CEO는 최근 인공지능(AI)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메타가 메타버스를 아예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가 AI와 만나 진화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커버그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 가지 개념을 제시합니다. 바로 ‘웨어러블 AI’입니다.
"메타버스 포기했나"…이름도 바꾼 메타, AI에 올인하는 이유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메타는 지난 4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에 AI 비서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의 장기적인 두 가지 목표인 ‘AI’와 ‘메타버스’가 어떻게 함께 기능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또 “메타버스는 AI와 함께 우리가 장기적으로 중점을 두는 분야”라면서 “우리는 스마트 안경이 미래에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고 리얼리티랩스를 통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레이밴 메타는 AI를 입힌 메타버스 기기입니다. 안경을 통해 음악을 듣고 사진이나 녹음을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보이는 물체가 무엇인지 물어보거나 간단한 번역 기능도 제공해줍니다. 레이밴은 유명한 안경·선글라스 브랜드죠. 저커버그는 레이밴과 협업해 스마트글라스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와 달리 사람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AI 표준 만들겠다"는 메타의 전략은

메타는 최근 AI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이밴 메타나 메타퀘스트 같은 복합현실 기기에 AI 비서를 입히는 걸로 만족할 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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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기본적으로 광고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메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390억71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98%인 383억2900만달러가 광고 매출에서 나왔습니다. 광고 매출은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도 21.7% 늘었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메타는 AI를 활용해 개별 이용자에게 가장 관심 있을 법한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AI와 자사의 최대 수익원인 광고 사업의 결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메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2월에 처음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라마(LLaMA)가 대표적입니다. 메타는 사실 생성형 AI의 후발주자긴 하지만 AI 개발에 늦게 뛰어든 회사는 아닙니다. 이미 2013년에 기초 AI 연구소인 'FAIR'를 설립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오랜 시간 메타를 AI 분야의 선두 업체로 인식해왔습니다. 다만 오픈AI의 챗GPT처럼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하는 데 실패한거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메타의 전략은 오픈소스 AI입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컨퍼런스 ‘시그래프’에서 젠슨황과 대담에서 “이제 AI 시장은 오픈소스가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커버그가 AI 시장에서 오픈소스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결국 개방성·수정 가능성·비용 효율성 등을 따져봤을 때 오픈소스가 더 이롭다는 것입니다.

메타도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닌 결국 이윤을 따지는 기업입니다. 당연히 아무 이득 없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한 AI 모델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며 오픈소스로 내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사용자를 대거 확보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AI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압도적인 사용자가 몰리는 모델이 AI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겠죠. 메타의 전신인 페이스북도 광고를 통한 수익화는 한참 뒤였습니다. 테크업계에서는 메타가 AI 모델도 우선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확산한 뒤에 나중에 수익화 모델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달 29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담을 진행하며 웃고 있다./ 사진=AP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달 29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 2024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담을 진행하며 웃고 있다./ 사진=AP
저커버그는 더 나아가서 라마를 AI의 표준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테크 업계에서 개방형과 폐쇄형 간의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PC 운영체제는 유닉스(폐쇄형)와 리눅스(개방형) 간의 경쟁이었습니다. 초반엔 폐쇄형인 유닉스가 앞섰지만 지금은 리눅스가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태입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개방형)와 iOS(폐쇄형) 간 경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각국 경쟁당국의 반독점법 칼날에 애플이 iOS의 빗장을 슬슬 열고 있죠.

메타는 자사의 AI 모델을 AI 생태계의 표준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자사 SNS 플랫폼에 AI를 입히고, 레이밴 메타, 메타퀘스트와 같은 하드웨어에도 AI를 입히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언급도 안하고 아직까지 적자도 계속되는 메타버스를 버리지 않고 유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메타버스가 나중에는 자사 AI를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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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타도 눈앞에 닥친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주요국 경쟁당국이 빅테크를 겨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게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특히 메타는 각국 정부로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메타에 허위정보 모니터링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주민들의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소송과 관련해서 미국 텍사스주와 14억달러(약 2조원) 가까운 돈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메타는 이미 SNS 업계에서 독점기업의 지위를 쥐고 있지만, 구글이나 애플 등 경쟁 업체에 날을 세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폐쇄형 AI를 고집하는 이들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입니다. 테크업계에서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메타의 연중 최대 행사 '메타 커넥트'에서 저커버그 CEO가 어떤 전략을 발표할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