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나쳤던 그 옛날 '모던 서울'의 17가지 풍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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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남산으로 갈까요? 육본으로 갈까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지식의날개
436쪽|2만3000원
“남산으로 갈까요? 육본으로 갈까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지식의날개
436쪽|2만3000원
“남산으로 갈까요? 육본으로 갈까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을 시해한 중앙정보부장에게 직속 부하가 묻는다. ‘남산’은 중앙정보부(중정)를 뜻한다. 중정 건물이 모두 남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흔적은 지금도 있다.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남산 쪽으로 걸어가면 소방재난본부가 나온다. 중정 사무동으로 쓰인 건물이다. 수사와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사무실과 유치장이 있었다. 근처 2층짜리 문학의집은 중정부장 관저, 남산 기슭의 서울유스호스텔은 중정 본관, 서울시청 남산청사는 중정 제5별관이었다.
중정은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남산 건물을 계속 썼다. 1995년 김대정 정권 때 국가정보원으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겼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젊은 연구진과 교수들이 쓴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은 이렇게 서울 곳곳의 옛 흔적을 살펴본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식민지 수도 경성의 공간, 해방 정국 시기에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적인 장소들, 일본 제국의 식민지 자본화를 고스란히 담은 용산·영등포 공업기지, 중국 동포 타운의 변천사, 해방과 전쟁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 등 17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모던 서울’의 역사는 ‘모던’이라는 단어가 주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근현대 역사가 식민 지배, 전쟁과 분단 등은 점철된 탓이다. 그 트라우마는 해소되지 않은 채 서울 여러 공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공간에서 식민, 분단, 이산의 흔적과 만난다. 저자들은 “무의식중에 외면해 온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을 시해한 중앙정보부장에게 직속 부하가 묻는다. ‘남산’은 중앙정보부(중정)를 뜻한다. 중정 건물이 모두 남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흔적은 지금도 있다.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남산 쪽으로 걸어가면 소방재난본부가 나온다. 중정 사무동으로 쓰인 건물이다. 수사와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사무실과 유치장이 있었다. 근처 2층짜리 문학의집은 중정부장 관저, 남산 기슭의 서울유스호스텔은 중정 본관, 서울시청 남산청사는 중정 제5별관이었다.
중정은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남산 건물을 계속 썼다. 1995년 김대정 정권 때 국가정보원으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겼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젊은 연구진과 교수들이 쓴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은 이렇게 서울 곳곳의 옛 흔적을 살펴본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식민지 수도 경성의 공간, 해방 정국 시기에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적인 장소들, 일본 제국의 식민지 자본화를 고스란히 담은 용산·영등포 공업기지, 중국 동포 타운의 변천사, 해방과 전쟁에 휩쓸린 성북의 예술가 등 17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모던 서울’의 역사는 ‘모던’이라는 단어가 주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근현대 역사가 식민 지배, 전쟁과 분단 등은 점철된 탓이다. 그 트라우마는 해소되지 않은 채 서울 여러 공간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공간에서 식민, 분단, 이산의 흔적과 만난다. 저자들은 “무의식중에 외면해 온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