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 본령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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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 국민연금, 잇따라 경영 간섭
'국민 노후보장' 설립 취지 충실해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국민 노후보장' 설립 취지 충실해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국민연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년째 연금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불신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의 연금 고갈 경고에도 당사자인 국민연금의 최우선 현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중, 기업 간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 등을 보면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국민연금법 제1조의 본래 설립 취지와 너무 동떨어진다.
국민연금은 156조원을 국내 기업에 투자한 ‘슈퍼 갑’이다. 연금이 보유한 주주권을 통해 경영에 간섭하면 기업으로선 속수무책이다. 국가가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을 헌법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더라도 연금이 이를 무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간섭하면 사실상 법원이 이를 통제할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연금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깨비방망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를 늘려 한숨 돌리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세계 5대 연기금으로 꼽히는데, 국민연금만 유일하게 정부 산하에 있어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경영 개입 수준으로 비화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포스코나 KT 등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은 국민연금의 말 한마디로 교체되기도 한다. 모든 기업의 지배구조를 통제하는 지배구조개선위를 만들어 민간기업의 인수합병(M&A) 때도 캐스팅보트를 쥐는 일이 빈번하다. 지배구조 개편 중인 두산그룹도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그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2022년부터는 기업인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쉽도록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소송 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한 수탁자책임위 특성상 대표소송 제기 여부는 이들이 결정한다. 따라서 금융당국이나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을 시효 만료 전에 일단 소를 제기하고 봐야 한다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식의 시민단체 단골 로직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특수한 선호 사항과 민원을 국민연금의 힘을 빌려 해결 및 관철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최근엔 민법에 기반을 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이 스스로 결정해 발생한 손해도 민사 소송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룰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 기업은 이미지 타격과 주가 하락 등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리고 소송으로 기업이 입는 타격은 고스란히 연금, 곧 국민 노후 자금의 손해로 귀결된다.
2022년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9%가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가장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국민연금 고갈 방지 노력을 꼽았다. 반면에 기업 경영의 간섭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 국민은 5.6%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기금 완전 소진까지는 불과 30년의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1년이라도 더 보장할 수 있도록 기금 운용 본령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가장 먼저,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국민연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중, 기업 간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 등을 보면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국민연금법 제1조의 본래 설립 취지와 너무 동떨어진다.
국민연금은 156조원을 국내 기업에 투자한 ‘슈퍼 갑’이다. 연금이 보유한 주주권을 통해 경영에 간섭하면 기업으로선 속수무책이다. 국가가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을 헌법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더라도 연금이 이를 무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간섭하면 사실상 법원이 이를 통제할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은 연금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깨비방망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거래를 늘려 한숨 돌리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세계 5대 연기금으로 꼽히는데, 국민연금만 유일하게 정부 산하에 있어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경영 개입 수준으로 비화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포스코나 KT 등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은 국민연금의 말 한마디로 교체되기도 한다. 모든 기업의 지배구조를 통제하는 지배구조개선위를 만들어 민간기업의 인수합병(M&A) 때도 캐스팅보트를 쥐는 일이 빈번하다. 지배구조 개편 중인 두산그룹도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그 운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2022년부터는 기업인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쉽도록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소송 결정 권한을 갖게 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한 수탁자책임위 특성상 대표소송 제기 여부는 이들이 결정한다. 따라서 금융당국이나 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을 시효 만료 전에 일단 소를 제기하고 봐야 한다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식의 시민단체 단골 로직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특수한 선호 사항과 민원을 국민연금의 힘을 빌려 해결 및 관철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최근엔 민법에 기반을 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이 스스로 결정해 발생한 손해도 민사 소송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룰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 기업은 이미지 타격과 주가 하락 등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리고 소송으로 기업이 입는 타격은 고스란히 연금, 곧 국민 노후 자금의 손해로 귀결된다.
2022년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9%가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가장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국민연금 고갈 방지 노력을 꼽았다. 반면에 기업 경영의 간섭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 국민은 5.6%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기금 완전 소진까지는 불과 30년의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1년이라도 더 보장할 수 있도록 기금 운용 본령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가장 먼저,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국민연금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