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네시스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네시스 제공
“이렇게 훌륭한 미술관에 후원한다는 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존경받는 창작자들의 비전을 세상에 알리는 데 제네시스가 힘을 보탤 수 있게 됐으니까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네시스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제네시스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23일(현지시간) 제네시스가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후원사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제네시스는 이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5년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로 특정 미술관을 후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에 따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정면 파사드(건물의 정면 외벽 부분)에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이 마련된다. 여기에 걸릴 첫 작품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인 이불의 대규모 설치 작품 4점이다.

현대차그룹이 미술관을 후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 브랜드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2013년)과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2014년)을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뉴욕의 휘트니미술관에 10년 장기 후원을 시작했다. 테이트모던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은 예술가들의 대담한 도전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는 ‘현대미술의 성지’로 불리는 곳들이다.

이뿐이 아니다. 3월엔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를 후원했고, 4월에는 베네치아 몰타 수도원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하는 한국미술의 밤’ 행사를 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문화 마케팅에 힘을 주는 건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높아진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톱3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선 데다 브랜드 이미지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차량’에서 ‘프리미엄 차량’으로 재정립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찾은 답이 문화 마케팅이다. BMW가 1975년부터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등 유명 화가들과 함께 ‘아트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브랜드에 고급 이미지를 입힌 것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미술관 후원에 나선 건 사람들에게 ‘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여기에 프리미엄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의 상당수가 예술 애호가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첫 후원 미술관으로 메트로폴리탄을 콕 집은 건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가치인 ‘혁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70년 개관한 메트로폴리탄은 소장 작품 및 전시 스타일 등에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는 미술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미술계의 혁신을 이끄는 메트로폴리탄과 함께하면 제네시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벌이는 문화 마케팅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5월 테이트모던미술관에서 여는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전을 시작으로 예술가와의 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