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현장에서 그린 대형 그라피티 등 전시
정체 숨기고 활동하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 첫 韓개인전
그라피티 작가로 출발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개인전이 25일부터 서울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시작한다.

1990년 그라피티 작가로 출발한 그는 대부분 허가받지 않고 그리는 그라피티의 특성상 자신을 숨긴 채 활동해 왔다.

이후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작품만으로 소통하고 있다.

정체 숨기고 활동하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 첫 韓개인전
작가가 그리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다.

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하면서 한쪽 눈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모습 등 유머나 위트를 담아 스토리텔링을 하고 때로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전달한다.

양말을 찾는 장면을 담은 그림의 액자 옆면에 양말을 그려 넣는 등 액자 틀까지 작업 대상으로 삼는 것도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그라피티 작가의 스타일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13일 한국에 온 작가는 10일간 하루 9시간을 할애해 가로 12m, 세로 4.2m 크기의 대형 그라피티 작업 등 전시장 곳곳에 벽화를 그렸다.

작가는 또 전시장에 이미 놓여있던 벤치, 좌대, 탁자 등을 즉흥적으로 활용해 입체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작가는 상상력이 넘치는 기발한 종이 아트로도 알려져 있다.

종이를 찢고 구기고 말아서 만든 입체적인 3D 드로잉 작품은 사진으로 소개된다.

정체 숨기고 활동하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 첫 韓개인전
이름을 알리지 않고 활동하는 그의 작가명 '허스크밋나븐'(HuskMitNavn)은 아이러니하게도 덴마크어로 '내 이름을 기억해'라는 뜻이다.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2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년 전 그라피티 작업을 할 때 익명으로 활동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이름으로 아이러니해서 재미있다"면서 "덴마크어로 지은 덕분에 많은 사람이 덴마크어를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그의 그림에는 캐릭터화된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캐릭터는 언어와 다르게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면서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를 묶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하고 싶어 캐릭터 기반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벽화 13점을 비롯해 회화와 드로잉, 판화, 오브제 설치, 사진, 작가의 작업 영상까지 158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10월27일까지. 유료 관람.
정체 숨기고 활동하는 덴마크 작가 허스크밋나븐 첫 韓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