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나온 후 '우회전 하세요'…시청역 G80 블박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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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사고 지점 인근을 종종 다녀 지리감은 있었지만, 세종대로18길은 초행이었고, 직진·좌회전이 금지된 사실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류 서장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조선호텔에서 나온 운전자에게 '우회전하라'고 지시하는 내비게이션 음성이 담겼다"면서 "호텔 주차장을 나와서 일방통행로에 진입한 시점엔 역주행했다는 걸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류 서장은 차 씨가 일방통행 도로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려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차 씨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고 밟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차 씨가 평소 몰던 버스와 G80에서 구조적 유사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차 씨가 몰던 버스의 가속·브레이크 페달은 모두 긴 네모 모양의 '오르간' 페달인데, G80은 가속 페달만 오르간 페달이다. 차 씨가 순간적으로 혼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류 서장은 "필요하다면 차 씨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를 쓰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차씨는 지난 4일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에 차 씨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은 기록이 드러나고,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을 때 도로 위에 나타나는 ‘스키드 마크’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으면서 의문이 증폭됐다. 또 사고 인근 CCTV에 포착된 사고 차량에는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브레이크등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은 차량의 급발진·결함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집한 증거의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과 가해 및 피해 차량 4대 블랙박스 영상, 사고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12점 등을 확보했다.
차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G80 차량으로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치고 BMW, 소나타 등 차량을 연달아 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사망자 9명, 부상자 7명이 발생했다. 차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이후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차량들이 역주행을 하지 않도록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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