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산재 인정될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무안공항 근로자 직장 내 갑질·부당 전보 피해 호소
정신적 피해 산재 신청했지만, 인정 범위 좁고 까다로워 "직장에서 당한 괴롭힘 때문에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릴지 몰랐어요.
피해자가 이렇게 고통받는지 누가 알까요?"
전남 무안공항의 한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며 정신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신청해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고 있다.
9일 지역노동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간부 B씨로부터 대표이사와의 노사간담회 이후 본인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
간부 B씨의 계속된 폭언에 못 이겨 A씨는 본사와 노동청·경찰에 신고·고소했고, B씨는 결국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폭행 사실은 인정됐지만 사측은 A씨를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지 않았고, 올해 1월에는 오히려 피해자인 A씨에게 전보 조처가 내려졌다.
A씨는 사투 끝에 B씨의 개입으로 인한 부당한 인사였다는 사실을 전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 전보에 대응하느라 1년 6개월여간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A씨는 "싸우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나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며 "어떻게든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 버텨도 봤지만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신적 고통으로 일상과 생계가 힘들어지자 무급병가를 쓰며 지낸 A씨는 올해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신체상의 장해나 후유증으로 인한 산재 인정 사례는 많지만,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번 사례에 대한 판단이 주목된다.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정신질환이 산재보상보험법상 인정되는 질환이어야 하고, 그러한 질병이 업무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을 해당 근로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각종 서류와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까지 겹쳐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A씨는 "진단서 등 서류를 준비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업무와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하다 보니 당시의 일들을 계속 떠올리고, 여러 차례 녹취를 들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며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해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를 심사하는 기간 또한 평균 6개월에서 최장 1년이 걸린다.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과거 개인 병력으로 인한 정신질환 사례로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신체 질병과 달리 판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인정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며 "전문가들의 소견과 과거 치료 내역, 업무와의 인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산재로 인정되는 정신질환의 범위가 좁고 이를 근로자나 유족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것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을'의 위치에 놓인 근로자들이 회사로부터 당한 정신적 피해를 증명하는 단계에서 많이 무너진다"며 "산재 입증체계나 정신질환의 범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신적 피해 산재 신청했지만, 인정 범위 좁고 까다로워 "직장에서 당한 괴롭힘 때문에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릴지 몰랐어요.
피해자가 이렇게 고통받는지 누가 알까요?"
전남 무안공항의 한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며 정신적 피해를 산업재해로 신청해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고 있다.
9일 지역노동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간부 B씨로부터 대표이사와의 노사간담회 이후 본인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
간부 B씨의 계속된 폭언에 못 이겨 A씨는 본사와 노동청·경찰에 신고·고소했고, B씨는 결국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폭행 사실은 인정됐지만 사측은 A씨를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지 않았고, 올해 1월에는 오히려 피해자인 A씨에게 전보 조처가 내려졌다.
A씨는 사투 끝에 B씨의 개입으로 인한 부당한 인사였다는 사실을 전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 전보에 대응하느라 1년 6개월여간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A씨는 "싸우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나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며 "어떻게든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 버텨도 봤지만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신적 고통으로 일상과 생계가 힘들어지자 무급병가를 쓰며 지낸 A씨는 올해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신체상의 장해나 후유증으로 인한 산재 인정 사례는 많지만,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번 사례에 대한 판단이 주목된다.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정신질환이 산재보상보험법상 인정되는 질환이어야 하고, 그러한 질병이 업무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을 해당 근로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각종 서류와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까지 겹쳐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A씨는 "진단서 등 서류를 준비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업무와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하다 보니 당시의 일들을 계속 떠올리고, 여러 차례 녹취를 들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며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해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를 심사하는 기간 또한 평균 6개월에서 최장 1년이 걸린다.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과거 개인 병력으로 인한 정신질환 사례로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 신체 질병과 달리 판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인정되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며 "전문가들의 소견과 과거 치료 내역, 업무와의 인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산재로 인정되는 정신질환의 범위가 좁고 이를 근로자나 유족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것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을'의 위치에 놓인 근로자들이 회사로부터 당한 정신적 피해를 증명하는 단계에서 많이 무너진다"며 "산재 입증체계나 정신질환의 범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